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시대 이후 우리가 바랬던 해방은 이제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서는 속박의 그늘이 잔존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곳에 햇볕이 쪼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크든 작든 제대로 낼 수 있는 세력은 그 사회로부터 소외된 세력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이 더욱 문제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나 동성애자들이나, 페미니스트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목소리를 내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연대이다.

연대이론은 너무나 자주 사용되어지기에 오히려 진부하다. 그렇지만 다른 피억압세력들끼리의 연대만이 제대로 된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非아나키스트 활동가들과의 연대는 결국 이 때문에 과거 선배 아나키스트들과 다른 조그만 나라들의 아나키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나키즘의 본질에 대해서 자문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노동조합들과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페미니즘의 싹을 틔워나가는 것이 한국의 보다 넓은 진보진영에 아나키 운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아나키스트들은 선배들보다 더 자유롭게 아나키 관련 담론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민족주의에 대한 회의조차 품는 것이 낯설 지경이다. 예를 들어 강제적인 군대 복무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확산된 요즘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활동가들은 전 세계적 운동으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으며, 한국의 상황에 맞는 지침을 전수받을 필요성도 없다.

한국의 젊은 아나키스트들이 아나키 운동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때 한국 사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말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 더 세밀해져야 된다기 보다는 이미 예전에 선배들이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벌여온 활동, 예를 들면 非아나키스트들과의 연대문제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방치해 왔던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한국의 아나키스트들은 자신들 나름의 활동 계획을 세워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으며, 각자의 대안를 찾고, 나아가 풀뿌리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아나키 운동과 손을 맞잡으려 하고 있다. 촘스키 교수가 말했듯이, 아나키즘은 학설이 아니므로, 고정되지 않았으므로, 끝이 없기 때문에 행동되어지면, 바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풀뿌리가 자라고 자라서 거대한 나무가 될 때, 또다시 풀뿌리로 돌아갈 수 있는 자기반성의 모습이 바로 아나키즘의 실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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