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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말동안 삼국지를 섭렵했다.
한 10년 전인가 이문열 삼국지를 5권까지 보다가 못봤고,
한 5년 전인가 고우영 삼국지도 5권까지 보다가 완독에 실패했었다.
이번에 고우영 삼국지에 재도전. 완독 성공.
이문열 책은 어느 순간부터 손이 안간다.
삼국지.싼구어지.
위나라 조조.
촉나라 유비.
오나라 손권.
세 영웅의 장강보다 기나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황건적이 판치던 시대.
창천은 죽은지 이미 오래고,
굶주린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다.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를 하고,
십상시의 난을 거쳐,
동탁의 등장,
초선의 여포-동탁 이간질,
이각-곽사의 난,
제갈량의 삼고초려,
완벽한 오케스트라 '적벽대전'.
'적벽대전'이 워낙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다보니
이후는 조금 시들하다.
적벽대전은 정말 싸우기도 전에 끝난 전쟁이다.
조조 쪽의 모사가 이렇게도 약할 줄이야,
적어도 와룡봉추 중의 한 사람인 방통은 조조쪽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방통까지 이쪽이다.
완전 원사이드 게임.
촉의 모사 제갈량, 오의 모사 주유,
거기다 제갈량과 쌍벽을 이룬다는 방통의 머리까지 합쳐
유비-손권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단지 조조 뿐.
서서도 조조측에 있기는 하나 조조의 편은 아니다.
순욱의 이름도 높지만 상대편 모사에 비할 바 아니다.
고육계, 연환계.
조조는 승리의 기쁨에 들떠 눈이 먼다.
승리에 대한 추호의 의심도 없다.
조조에게 패배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제갈량은 싸우기도 전에 웃고 있다.
쇠사슬로 묶인 수백척의 선단.
수전에는 약하지만 육전에는 일당백의 용사들인 군사들을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간다.
마침 오측에서 항복하기로 했던 황개 장군의 배가 떠내려오고
조조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갑자기 북서풍이 동남풍으로 바뀌는 순간,
비릿한 기름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소름이 끼치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선다.
"함정이다. 배를 돌려라."
하지만 쇠사슬에 묶인 배들은 요지부동.
정월 대보름 달집마냥 훨훨 불타는 배들.
빠져나갈 곳이 없다.
적벽대전이 끝나고,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라는 절묘한 트라이앵글 정책으로
천하는 당분간 조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황하가 고요하다고 흘러가지 않는 것이 아니듯이,
천하도 평화롭다고 흘러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삼국지 세번 읽은 사람하고는 친구도 하지 말라고 했던가.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겠다.
이기는 게임을 하자.
+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무지 기대중.
비운의 천재 주유역엔 양조위가, (원래 주윤발 형님이 주유역을 맡기로 했다가 하차)
각혈하는 천재 제갈량역엔 금성무.
역이 바뀐 느낌이기는 하나 그럴듯 하다.
비둘기는 언제쯤 날아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