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SE (2disc) - [할인행사]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이바나 바쿠에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2006년 12월 31일.
 
브라질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이베리아 비행기 안
기내 잡지에는 한 영화평론가가 뽑은(로저 에버트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해의 영화 10편이 죽 펼쳐져 있었다.
 
그 중 눈에 띈 판의 미로.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이란다.
이 감독 유명한 작품은 없는데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나 호평 일색일까.
 
궁금증이 해결된 건 해를 넘어선 오늘에서다.
 
스페인 내전, 정의도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쟁.
오필리아, 햄릿의 그녀.
판, 그리스 신화 속 정열의 화신.
미로, 크레타 섬 크노소스 궁의 미노타우러스.
만드라고, 방드르디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남긴 인간을 닮은 열매.
 
여러 상징들로 넘쳐나지만 주된 얘기는 스페인 내전이다.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소녀가 선택한 길은 동화 속 이야기.
하지만 그렇게 떠난 동화 속도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내내 울려퍼지는 OST가 아름다운 화면과 어우러져
가슴을 두드린다.
 
무거운 주제를 직접 얘기하는 일이 뉴스의 몫이라면,
쓴 주제에 당의정을 입혀 먹기좋게 풀어내어
한 번 더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일은
예술의 몫일 것이다.
 
왜 멕시코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그들을 지배했던 스페인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역시 말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일까.
아니면 문화의 힘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일까.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는 나를 보니
굴복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던 인간 정신의 위대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적을 떠난 위대함.
 
"Wer kämpft, kann verlieren. Wer nicht kämpft, hat schon verloren."
  싸우는 자는 질 수 있고, 싸우지 않는 자는 벌써 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기예르모 감독이 영감을 얻었다는 고야의 새턴. 고야 만년의 검은 그림이다. 영화 속 한 장면이 겹친다.>
 
* 영화에서 의사의 대사.
파시즘은 조금씩 영혼을 잠식해간다
아무런 의문없이
단지 복종하기 위해, 복종하는 짓은
당신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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