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조지 스티븐스 감독, 록 허드슨 외 출연 / 인피니티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찮게 두 편을 며칠 사이에 다보게 되었다.
 
2007년과 1956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둘 다 석유를 둘러싼 인간의 애증을 담아내고 있다.
 
먼저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피가 있을지어다. 정도로 해석함이 옳겠다.
메쏘드 연기라는 단어를 가르쳐준
연기귀신 다이엘 데이 루이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다.
 
한 축을 담당하는 폴 다노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잘 지탱해낸다.
 
영화는 1800년대 말~1930년대까지의 텍사스 석유 개발사를 다룬다.
 
미국 사람들에게야 서부개척시대를 알려주는 그야말로 고향의 얘기겠지만,
우리에게는 삭막하고 끈적끈적하기 그지 없는,
좋게 말해 프론티어 정신이 가득한,
나쁘게 말해 무엇이든지 들이대고 보는
200년 역사를 가진 미숙아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멀쩡한 사이비 복음주의자보다는
한평생 석유를 팔아 돈을 벌기는 했지만 그 자신에 솔직했던 사나이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마지막 엔딩은 미국 사회가 택할 수 밖에 없는, 덜 나쁜 지옥도를 보여준다.
속이는 도덕주의자보다는 솔직한 자본주의가 낫다는 식의 결론.
씁쓸하지만 이해는 된다.
 
그 뒤를 이어 '자이언트'가 펼쳐진다.
1835년 알라모 전투를 통해 텍사스 주를 획득한 미국.
카우보이들이 뛰어놀던 텍사스 주는 석유가 나기 시작하자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
 
1930년대 텍사스주.
카우보이 대목장주를 대표하는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그의 재력을 보고 결혼을 한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
목장주의 하인으로 빅의 누이의 총애를 받던 제트 링크(제임스 딘).
 
빅의 누이가 죽고 제트에게 물려준 조그만 땅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되고 제트는 그야말로 거부가 된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레슬리.
그녀는 이미 결혼한 처지 아닌가.
 
사실 이 영화. 제임스 딘과 리즈 테일러의 연애담이 주제가 아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록 허드슨.
빅 베네딕트는 제트의 성공과 갖은 멸시에도 불구하고
그만이 꿈꾸는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의 아들은 2차세계대전 참전 중 목숨을 잃고,
그의 또다른 아들은 멕시코계 여인과 결혼을 한다.
당시 미국 남부지방은 흑백 차별 뿐만 아니라 멕시코계 유색인종 차별도 엄청나게 심한 상태.
 
그는 모든 의무를 수행하고, 차별을 극복한다.
진정 자이언트의 모습으로.
 
50년 전의 영화지만 자이언트의 결론이 훨씬 건강하다.
도덕을 저버리지 않았던 시절의 건강한 미국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 50년이라는 시간동안 미국은 무엇을 쫓아왔던 것일까.
그들은 파우스트처럼 젊음도 아닌 돈이라는 물건에
그들의 도덕성이라는 영혼을 팔아치운건 아닐까.
 
지금 우리의 모습도 달라보이진 않는다.
 
* 사족 : 메쏘드 연기의 대가라 불리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메쏘드 연기(Method)란, 말그대로 배우가 연기하고자 하는 인물에 완전 흡수되어 연기를 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매카시즘이 한창일 때 공산당원이던 동료 영화인들을 고발한 전력으로 여전히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엘리아 카잔 감독이 헐리웃에 들여왔다. 원래는 소련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그의 연기지도를 받았던 유명배우들 중에는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드니로, 물론 약관의 제임스 딘도 포함된다.
 
유작 '자이언트'를 연기할 당시 25살이었던 제임스 딘은 극중에서
석유 발견으로 부자가 된 뒤 서서히 자멸해가는 거부의 모습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이어지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제임스 딘의 손을 들어주라면,
당연히 다니엘이겠지만 제임스의 유작 연기에서 전해오는
아스라함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명장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