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니 스키키 Gianni Schicchi 오페라 카페 4
이기철 지음 / 라쉐나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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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관람에 앞서,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쟌니 스키키]를 알아보겠다고 이 책을 빌렸으나 책을 펼치고 몇장 보고 나니 마음이 갑갑해져왔다. 이 책에 쓰여있는 수많은 이탈리아어를 보며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나 있을까 생각했다. 어짜피 읽어도 모르니, 줄거리만 보기로 했다. 읽다보니 339페이지 중에 내가 읽어야 할 한글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어려울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대본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대사와 간단한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아래로 이탈리아어에 대한 대사보다 한 없이 긴 설명이 붙어 있어, 읽다보니 대단한 책 보는 기분이 들었다. 

쟌니 스키키는 이 오페라의 주인공 이름이다. 피렌체 부호인 부오조가 죽음에 임박하고 그 자리에 모인 친척들은 유산을 바란다. 부오조의 사망을 잠시 슬퍼하던 친척들은 유산을 받을 꿈에 부풀어 유언장을 찾는데 혈안이 된다. 지따는 리눗치오가 유언장을 발견한 후 쟌니 스키키의 딸 라우렛따와 결혼을 허락해야 넘겨주겠다는 말에 뒷 일을 생각도 하지 않고 순순히 허락한다. 하지만, 유산이 전부 수도원에 기증되기로 유언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와중에 기쁜 리눗치오가 사람을 보내 미래의 아내와 장인을 불러들이고 지따는 광분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쟌니 스키키에게 도움을 청하고 쟌니 스키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산을 받도록 돕는다. 하지만, 본인의 뱃속도 챙긴다. 모든 오페라가 여성이 죽는 비극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오페라는 죽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꽤 경쾌한 오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은, 아주 보기좋게 편집이 되어 있다. 책 양쪽 여백에 대사와 지문, 가사를 적어 놓고 중앙에 설명을 넣어 전문과 설명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어 해설부분은 앞 부분에 나왔던 설명도 다시 반복하고 있어 어느 부분을 읽어도 전체 문장의 설명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오페라 애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있다면 이런 책을 봐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봤던 [쟌니 스키키]는 생각보다 훨 재밌었다. 연기도 연기이고 귀에 익은 [나의 아버지]라는 아리아는 오페라에 강하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학생들의 공연이라 그런지 요즘 스타일로 재밌게 바꿔놓은 자막도 오페라를 쉽게 보는데 한 몫한 듯 했다. 오페라도 찾아 보면 꽤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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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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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누워 무심하게 리모콘을 눌러대다가 배용준이라는 배우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깨끗한 배경의 출판기념회 화면이 눈길을 잡았다. 키가 큰 배용준과 그 옆에 서 계시던 깊은 주름의 어르신들. 무심결에 일어나 앉으며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어 막연하게 바라봤다.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책을 읽어보니 그 어르신들은 각자 본인의 일에서 한계를 넘어선 분들이었다. 그 분들과 함께 서 있는 배우 배용준. 낯설었지만 너무 잘 어울려서 이 책에 궁금해졌다. 유명인의 책은 읽으면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아 피해가고 있었건만 이 책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큰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일까?  곱게 쓰여진 글들이 빠르게 읽히지는 않지만 조용한 바람이 불어 책장을 넘기 듯 자연스럽게 읽혔다. 최근에 TV에서 본 배용준의 모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가게 너무 고운데다가 웃음이 얼굴에 박힌 듯 보여 정말 '사마' 반열에 올라간 듯 멀어보였는데, 이 책의 글과 사진으로 배우 배용준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머물고 떠나고 버리고 사색하다 돌아와서 다시 떠나는 이 책의 내용들은 너무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아, 바로 가방 하나 매고 이 여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접근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겠지만 괜히 욕심이 났다. 조만간 이 책에 나온 일정이 투어로 만들어져 번잡스러워지지 않을까라는 괜한 염려도 든다.

책 뒷편에는 지도와 팁인덱스가 있어 찾아가 보려한다면 어렵지 않게 장소들을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서적 리스트가 없다는게 아쉽지만 자문하시고 감수하시고 도움주신분들의 명단을 보니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어디까지 배용준의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속의 사진이 좋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피사체로써의 배용준의 모습도 매력있었다. 반찬을 집어먹는 모습은 TV에서 본 모습과 달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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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224
박철수 지음 / 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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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로 오래된 아파트와의 따뜻한 화해를 한 후에 이어 이 책을 펴들었다. 발굴사에 이은 문화사.  이 책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투기와 부실의 초점이 되어 비난 받고 있는 아파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의 장소를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재밌게 잘 읽고 긍정적인 리뷰를 써 놓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본 뉴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아파트 화재를 본 후로는 생각이 좀 바뀐다. 이 층층이 쌓인 집들 중 누가 불을 당겨 버리면 윗집은 뭐가 되나. 그 사람들이 이미 화재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던데, 내가 누워있는 위 아래로 사람이 죽어있다면?  거기다가 아랫집에서 불이 나면 나는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거 아닐까? 평생 살면서 주변에 한번이라도 일어날까말까한 일이라는 것 안다. 하지만 방정맞은 생각은 한번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다. ㅡㅡ;

이런 나의 방정맞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주택의 50%이상이 아파트이고 지금도 일반 주택보다 더 많은 세대가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다. 한없이 담이 높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아파트들이 최근에 담벼락을 허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실제로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아파트가 담을 헐어 그 옆에 있는 길과 더불어 공원이 되었다. 폐쇄적이기만 했던 아파트의 담벼락이 사라지거나 가벼워지니 마당이 넓은 집처럼 바뀌었다. 나름의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모양이 마을처럼 바뀌고 있는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열려가는 것은 아니다. 모형만 보고 구입해야하는 집과 알고보면 있거나 알고보면 없는 이상한 아파트라는 집의 이야기는 조금 친해져볼까하는 마음을 슬쩍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아파트가 서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멀뚱하고 어색한 건물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생각이 대중소설을 통해 표출되고 그 표출된 생각들이 50년도 훨 지난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아직 남아서 질척거린다.

분명,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그만큼의 적절한 장치들이 있을 것이고 편의가 있을 것이고 서로 간의 주의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쯤은 살게될 아파트에 대해 적잖은 걱정은 좀 거둬야겠다 생각했다. 저자는 글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쓰시는 분이라 읽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살림총서의 가벼운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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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 종암에서 힐탑까지, 1세대 아파트 탐사의 기록
장림종.박진희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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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수락산에서  

나는 아파트가 많은 동네에 살고 있으나, 정작 아파트에 살지는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는 수 많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얼마 안되는 주택지이고, 우리집은 주택지와 아파트가 면한 곳에 있다. 옥상에 올라가 보면 아파트의 한 면이 앞을 막고 있고 그 반대쪽은 엇비슷한 높이의 주택지들이 보인다.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서 아파트를 보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왜 저런 건물이 집단적으로 생겨났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내가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상계동이 겪었던 재개발 열풍에 갖은 것 없는 사람들이 쫓겨나듯이 나갔다는 이야기와 그 사람들을 내보내려고 고용된 철거꾼들의 행패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말을 여러번 들으며, 저 아파트들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겠구나라는 생각부터 했었다. 사람이 사는 집인 아파트가 수시로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주민들이 담함하여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한다는 이야기에 사람살기 피곤해지는 주택이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평수로 분류하여 아이들도 끼리끼리 논다는 정없는 마을. 더불어, 겁많은 나에게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아파트 괴담은 아파트에 대한 내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겼고,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네 집에 방문했다가 하루에도 몇번씩 뛰지말라고 말해야하는 상황과 뛰지 말아달라고 몇번을 쫓아 올라가야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아파트는 나에게 너무나 멀고 먼 곳이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그 특이한 집단주거 건축물이 궁금했다. 높은 곳에서 일은 괜찮아도 잠은 못잘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공중에 한참 떠 있는 집에 대한 느낌은 촌티를 못벗은 나에게 아직도 발끝이 아득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의 연구는 아파트 자체에 집중하고, 오래된 아파트에 대해 주목했다. 그 결과 괜히 남의 사정 다 아는 사람 마냥 아파트가 생물처럼 따뜻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100년이 넘지 않은 아파트 역사 중 초기 아파트의 기록을 쫓가가며, 이미 훼손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사라지거나 사라질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사이 일어난 큰 일들과 성급하게 이루어진 주택공급 정책으로 인해 생겨났던 부실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파트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참 많이 좋아졌구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이 기록은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에서 시작했고 10여년이 넘는 탐사와 기록, 추적으로 찾아낸 사진과 부족한 도면과 인터뷰로 벽돌 하나하나 쌓아 올리듯 이루어졌다. 몇몇 아파트는 가까이 본적이 있는 곳들이고 사라지는 것을 본 적도 있어서 그런지 이웃 이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어, 오래되고 아직도 남아 있는 그 건물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파트들이 아직까지 정 없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당시의 필요성에 의해서 생겨났다는 것을 나름대로 인지했고 그 덕분에 아무도 모르게 아파트와 화해를 했다. 

책이 참 예쁘다. 사이즈가 약간 크고 600g에 육박하는 무게 때문에 한손으로 들고 읽기는 좀 힘들지만, 도시를 가로지르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작고하신 장종림교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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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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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꾸미고 별탈 없이 생활하던 중년의 증권 브로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아내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사/라/진/다. 여자가 생겼다고 가정한 아내와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 사람이 떠난 이유를 추적하고 그의 아내와 친분이 있던 "나"를 보내 그 중년의 사내 찰스 스트릭랜드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에게는 여자가 없으며, 돈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되고 그가 떠난 이유가 단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된다.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불태우기 위해 떠난 그 사내는 가족들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가지 않았다.

병이 걸린 스트릭랜드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여 그를 살려내었지만, 그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결국에는 그 아내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심각하게 상처 받은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와 아내가 함께 보내는 동안 그가 그린 아내의 누드를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천재성에 무릎을 꿇어버리린다. 그는 천재의 잔인함까지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스트릭랜드의 마지막을 지킨 타히티의 여인 아타가 그의 천재성을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영원한 아내로 남았다. 그리고 그에 관하여 떠도는 많은 이야기 속에 "나"가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썼다.

스트릭랜드가 떠난 자리에 남은 그의 그림은 고가가 되고, 찰스 스트릭랜드가 버렸던 가족들은 야박하게 떠나버려 저주했던 그를 미화시키기에 이르고, 종교인이 된 그의 아들은 아비를 미화하기까지 한다. 강렬한 욕망 때문에 다른 것이 눈은 돌릴 수 없게된 사람과 그 주변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며 세상살이가 참으로 복잡하다라는 생각 했다. 나는 천재를 가까이 둘 수도 없지만, 두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했다. 그러나, 천재가 되어 뭐든 불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끊임없이 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 처럼 사람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_P.206

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져 있다하더라도 다른 점은, 여자가 하루 온종일 사랑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자는 이따금씩밖에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_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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