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224
박철수 지음 / 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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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로 오래된 아파트와의 따뜻한 화해를 한 후에 이어 이 책을 펴들었다. 발굴사에 이은 문화사.  이 책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투기와 부실의 초점이 되어 비난 받고 있는 아파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의 장소를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재밌게 잘 읽고 긍정적인 리뷰를 써 놓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본 뉴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아파트 화재를 본 후로는 생각이 좀 바뀐다. 이 층층이 쌓인 집들 중 누가 불을 당겨 버리면 윗집은 뭐가 되나. 그 사람들이 이미 화재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던데, 내가 누워있는 위 아래로 사람이 죽어있다면?  거기다가 아랫집에서 불이 나면 나는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거 아닐까? 평생 살면서 주변에 한번이라도 일어날까말까한 일이라는 것 안다. 하지만 방정맞은 생각은 한번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다. ㅡㅡ;

이런 나의 방정맞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주택의 50%이상이 아파트이고 지금도 일반 주택보다 더 많은 세대가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다. 한없이 담이 높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아파트들이 최근에 담벼락을 허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실제로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아파트가 담을 헐어 그 옆에 있는 길과 더불어 공원이 되었다. 폐쇄적이기만 했던 아파트의 담벼락이 사라지거나 가벼워지니 마당이 넓은 집처럼 바뀌었다. 나름의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모양이 마을처럼 바뀌고 있는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열려가는 것은 아니다. 모형만 보고 구입해야하는 집과 알고보면 있거나 알고보면 없는 이상한 아파트라는 집의 이야기는 조금 친해져볼까하는 마음을 슬쩍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아파트가 서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멀뚱하고 어색한 건물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생각이 대중소설을 통해 표출되고 그 표출된 생각들이 50년도 훨 지난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아직 남아서 질척거린다.

분명,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그만큼의 적절한 장치들이 있을 것이고 편의가 있을 것이고 서로 간의 주의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쯤은 살게될 아파트에 대해 적잖은 걱정은 좀 거둬야겠다 생각했다. 저자는 글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쓰시는 분이라 읽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살림총서의 가벼운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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