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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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초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지금 읽어도 불편한 이 소설이 그 당시에 받았을 비난과 혹평은 서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영화 [박쥐]의 원작으로 이 소설을 알고 있다가 느닷없이 제목이 생각나는 바람에 읽게 되었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읽지 말껄 그랬나'라는 후회를 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읽기가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어렸을 때 고모에게 맡겨져 자란 테레즈는 야성적인 아이이지만,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자라며 병을 나누는 듯 행동한다. 성인이 된 카미유를 테레즈와 결혼시키는 라캥부인은 테레즈라면 구사일생으로 살린 아들을 잘 돌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후 퐁네프 파사주로 이사한 가족은 작은 잡화상을 열고 카미유는 철도청 말단직원으로 취직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테레즈는 그 무료함을 참을 수가 없다. 그때 남편 카미유가 어릴 적 친구 로랑을 집에 데려오고, 테레즈와 로랑은 욕망으로 부정한 관계에 빠져 탐욕을 위해 남편이자 친구인 카미유를 살해하고 죄의식 속에 잠겨버린다.
부정한 욕망을 명연기로 감추고 이 둘은 결국 결혼하기에 이르지만, 뱃놀이 중 물에 빠져 죽은 까미유는 죽었지만 죽지 않고 이들 곁에 머문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 봤던 묘한 베드씬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끔찍하다. 죽은 이와 함께 잠드는 밤. 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저 행복하리라 생각했던 카미유의 죽음이 불러온 강박은 결국 삶을 갉아 먹고 결국에는 그렇게 끝장을 내 버린다. 
아무것도 모르던 라캥 부인이 전신 마비로 움직일 수도 말 할 수도 없게 되자, 이들의 조심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라캥 부인에게 폭로하고 사죄하지만, 그것은 전부 본인들을 위한 연극일 뿐이다. 서서히 서로를 미워하며 상대를 죽이려하는 이들. 서로에게 독약과 칼로 죽음을 선사하려고 했던 둘은 함께 자살하고 라캥 부인은 휠체어에서 그들의 죽음을 감상한다.

[목로주점]의 '에밀 졸라'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에게 궁금증이 동한다. 스물 여덟에 이런 끔찍한 소설을 써낸 작가의 정신세계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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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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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용머리 해안 앞에 있는 하멜 전시관을 방문했었다. 전시관은 허술했지만, 그때가 여름인지라 에어컨 바람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 장소였었다. 하지만 나의 쾌적한 상황은 그들이 실제로 생활했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 당시의 배의 모양을 그대로 만들었다는 박물관은 터무니 없이 좁은 공간이어서 오랜 시간 항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까지 가득 차 있었다면, 어찌 생활했을지 그 고생을 짐작해보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배를 타고 340여년 전 일본으로 가려다가 난파된 이들이 은둔국이었던 조선땅에서 대략 13년, 선원들은 20대에서 30대의 인생의 절정기를 조선땅에서 보낸 이야기가 [하멜표류기]다.

[하멜표류기]는 조선국과 타문화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던 하멜이 외부 세계와 고립된 채 생활하면서 지냈던 시간을 동인도 회사에 밀린 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너무나 유명했지만, 나는 읽어본적이 없었고 주변에 물어보니 역시나 읽어본 사람이 없었다. 책은 기대했던 것 보다 얇은 책이었다. 학문적인 목적이 아니라 참으로 간결하여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그런 까닭에 개인적인 사건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로 이들의 민생고의 어려움이 주를 이룬다. 이슈가 되고 책이 출간된 후에 하멜이 저작권료라도 좀 챙겨받았으려나?

이들이 탈출하여 나가사키에 도착했을 때 나가사키 총독의 질문을 보고 왜 우리는 저렇게 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 낯선 네덜란드인들을 좀 더 잘 보살피고 적절히 활용해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며 우리 것의 소중함까지 간직할 수 있었다면, 그 말도 안되는 전쟁을 몇차례 치르면서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병든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역사를 되새김질 해보는 것은 정말 사심없이 해야할 할 일이 아닌가한다. 사심이 생기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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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3 - 완결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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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이 피어나는데 나이가 무슨 소용이고, 상황이 무슨 상관이람! 마음이 동해서 자꾸만 그 쪽으로 간다면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때라면 더더욱. 통증을 느끼듯 감정도 죽기 전까지 계속 느껴지는 것일텐데. 늦었다고 마음을 접어버리면, 언제 다시 그런 인연을 만나겠는가. 그래서 강풀작가가 풀어내는 네명 아니 다섯명의 노인이 만들어 내는 이 잔잔하면서 뜨거운 이야기는 마음을 쥐어 뜯고 눈물과 콧물을 쏟아낼 만큼 감동적이었다. 사랑이라는 것, 애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하는 만화였다. 

김만석 할아버지(76세)가 누군가의 상가집에서 "호상"이라는 말에 버럭 화를 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쁜 할머니(77세)의 잔잔하지만 가슴을 후려치는 사랑과 장봉군 할아버지(79세)와 부인의 애절하면서 쓰라린 사랑이 주 내용이다. 그 사이에 각각의 개인사가 얽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이의 우정이 그물처럼 어우러져 있다. 김만석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지른 상가집이 누구의 상가집인지 알게 된 그 순간, 웹상에서 읽어 아는 내용임에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물 받은 기회에 다시한번 읽었으나 감동은 여전했고 눈물은 더 많이 흘리게 된 것 같다. 더 나이먹기 전에 나에게 사랑받아야 할 이를 방치하지 말고 더 많이 마음 써야 할 일이다. 

우리는 당장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나이였다... 

우리 나이에...
지금 헤어지면 다시 볼 수 있을까...

젠장..
이 문장을 다시 보니 눈물이 터진다.

눈물 많은 사람은 절대로 읽지 말것!
대성통곡 가능성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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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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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 이어,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거친 후, 작가의 첫 장편인 [사과는 잘해요]를 만났다. 역시, 이기호다.

소설은 '죄를 찾다', '죄를 만들다', '죄를 키우다' 이렇게 3장으로 나눠져 있다. 나름의 사연으로 시설에 들어가게된 나와 시봉은 복지사의 구타 속에 우정을 키워가고, 지워진 반장이라는 책임 하에 죄를 찾아내고 사과를 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다, 우연찮게 누군가를 도와(?) 주다가 내부고발자가 된다. 의도 하지 않은 일로 자유를 되찾은 둘은 시봉의 누이를 찾아가 빌 붙게되고 함께 빌붙어 있던 뿔테 안경과 대신 사과해주는 사업을 하게된다.

처음부터 대신 사과해주는 사업을 하게된 것은 아니다. 소일거리로 아파트 주위를 둘러보던 시봉과 진만에게 딱 걸린 지나치게 사이 좋은 과일가게 사장과 정육점 사장은, 정육점 사장에게 접근해 대신 사과할 꺼리를 만들어낸 둘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둘의 우정을 뿌리채 흔들고, 결국에는 정육점 사장이 떠나도록 만들어버린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이리도 연약한 것인가? 배드민턴 공을 높이 띄웠다던가, 도시락 반찬을 두번 더 집어 먹었다던가, 파라솔 의자에 먼저 앉거나 캔맥주를 더 빨리 마신 것도 죄가 되고 사과의 대상이 된다는 이들의 말에 정육정 사장의 마음에 생겨벼린 그 죄책감의 무게는 관계를 망치기에 넘치고 남음이다.

"죄는요, 사실 아저씨하곤 아무 상관 없는 거거든요."
"아저씨가 생각하는 거, 모두가 다 죄가 될 수 있어요."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이 세명. 사과를 해야만 하고 사과가 완수 되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강직한 시봉과 진만의 사과에 뿔테 안경은 결국 희생된다. 분식집 모자를 보며, 과연 사과가 사과인 세상인걸까라는 의문을 갖게된다. 

"나중에 혹시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말이야."
"그러면?"
"그냥 너한테 해."
"나한테? 너한테 할 사과를?"
"응."
"왜"
"뭐, 내 대신 네가 받아도 되니까." 

이 말을 듣자마자 시봉에게 죄를 짓고 싶어지던 진만은 결국 크게 사과할 일을 만들어버린다. 죄와 사과. 사과가 정말 사과인 것일까? 죄를 권하고, 대신 사과하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세상이라. 씁쓸하다.

시설에서 죽은 두명에게 죄를 묻는 시봉과 나. 그 거짓없는 투명한 눈으로 죄를 물음에 대답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 물음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을 터, 당연히 자살로 갈만했다. 읽을 때는 경쾌하고 재밌으나 생각할수록 뒷끝이 씁쓸해지는 소설이다. 특히나 진만의 사정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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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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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욕심이 워낙 많기는 하지만, '한비야'라는 이름 때문에 이 책을 받는데 서슴없었다. 이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와 한비야씨의 글솜씨가 별로라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은 터라 선뜻 읽게되지 않았는데, 손에 잡고 보니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직접 길에서 겪은 경험과 꾸미지 않은 문체는 읽는 내내 내 마음을 행복하게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이 정말 하고 싶을 때 도전할 의지가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난 막상 하고 싶은 것도 도전할 의지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을까? 왜,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도 없어졌을까? 왜, 이리 매력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저자가 길에서 겪은 일들을 편안한 자리에 앉아 읽으며, 내 마음과 내 미래의 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었다.

마음을 움직여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P.57_여행 갈까 말까 할때는 무조건 가고, 여행 가방에 넣을까 말까 하는 것은 무조건 뺀다!

P.159_금방 죽을 것, 쌓아 놓고 살면 뭐하나? 1천 석 실은 배가 하루 식전에 가라앉을 수도 있는데, 게다가 여태껏 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목숨 살려주고, 도와준 사람들이 월매나 많겄어._ 충북 괴산군 연풍면 신혜원 고사리에 사시는 김복순 할머니.

P.181_지금 이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하는 나이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가장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P.129_한국 속담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중국 속담은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즉 100리를 가는 사람이 90리를 걸어야 비로소 절반을 지난 것이라고 한다. 끝날 때까지 절대로 안심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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