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초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지금 읽어도 불편한 이 소설이 그 당시에 받았을 비난과 혹평은 서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영화 [박쥐]의 원작으로 이 소설을 알고 있다가 느닷없이 제목이 생각나는 바람에 읽게 되었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읽지 말껄 그랬나'라는 후회를 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읽기가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어렸을 때 고모에게 맡겨져 자란 테레즈는 야성적인 아이이지만,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자라며 병을 나누는 듯 행동한다. 성인이 된 카미유를 테레즈와 결혼시키는 라캥부인은 테레즈라면 구사일생으로 살린 아들을 잘 돌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후 퐁네프 파사주로 이사한 가족은 작은 잡화상을 열고 카미유는 철도청 말단직원으로 취직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테레즈는 그 무료함을 참을 수가 없다. 그때 남편 카미유가 어릴 적 친구 로랑을 집에 데려오고, 테레즈와 로랑은 욕망으로 부정한 관계에 빠져 탐욕을 위해 남편이자 친구인 카미유를 살해하고 죄의식 속에 잠겨버린다. 부정한 욕망을 명연기로 감추고 이 둘은 결국 결혼하기에 이르지만, 뱃놀이 중 물에 빠져 죽은 까미유는 죽었지만 죽지 않고 이들 곁에 머문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 봤던 묘한 베드씬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끔찍하다. 죽은 이와 함께 잠드는 밤. 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저 행복하리라 생각했던 카미유의 죽음이 불러온 강박은 결국 삶을 갉아 먹고 결국에는 그렇게 끝장을 내 버린다. 아무것도 모르던 라캥 부인이 전신 마비로 움직일 수도 말 할 수도 없게 되자, 이들의 조심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라캥 부인에게 폭로하고 사죄하지만, 그것은 전부 본인들을 위한 연극일 뿐이다. 서서히 서로를 미워하며 상대를 죽이려하는 이들. 서로에게 독약과 칼로 죽음을 선사하려고 했던 둘은 함께 자살하고 라캥 부인은 휠체어에서 그들의 죽음을 감상한다. [목로주점]의 '에밀 졸라'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에게 궁금증이 동한다. 스물 여덟에 이런 끔찍한 소설을 써낸 작가의 정신세계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