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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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독서 이력과 역사는 어렵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모든 고전을 현대화 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상황을 모르니 도대체 왜 이런 '헛 짓'들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알 수가 없다 보니 재미가 없어서 그냥 밀어두고 말았던 적이 많았었다. 최근에야 산만하게 읽는 독서들이 나름대로의 연결점을 찾아 가고 있어 책 읽는 재미가 색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읽게 된 이 책은 꽤 큰 즐거움이었다.

참으로 착할 것 같았던 이솝 우화가 알고보면 참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이솝의 신분도 노예이고 노예의 모양새는 내가 알고 있던 노예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일단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최근 미드 중 [스파르타쿠스]에 살짝 열광했기에 그 노예가 살짝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솝이 노예였다니!  그리고 입바른 소리 하다가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원래 종교에 없었다는 연옥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왠지 너무 거창할 것 같은 [데카메론]이 우리 말로 바꿔 보면 '10일간의 이야기'라는 충격적인(적어도 나에게는!) 사실과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온다는 만화로 즐겨보았던 '신밧드'의 이야기가 '신드바드'라는 상인의 이야기였다는 것은 풍문으로 듣다가 글로 보니 색다른 정보인 듯 즐거웠다.

재밌게 읽었던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왜 이리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이 책을 읽고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 세계관을 너그럽게 볼 수 있을 즈음에 쥘 베른의 상상력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그리도 아름다웠던가라는 의문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들뜬다.  무엇보다 내가 최근에 읽은 푸시킨의 [대위의 딸과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대한 이야기는 읽었기 때문인지 더욱 반갑고 생생하게 읽혀져서 좋았다. 리뷰를 남겨 놓지 않아 나의 느낌을 알수 없는 [허삼관 매혈기]도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읽을 책이 더 많아졌다.

주경철 선생의 책은 처음이라, 큰 기대를 갖고 읽지 않아서 책이 참 좋았다. 얇은 책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보니 약간 부족한 감이 드는 꼭지들도 있었지만, 책읽기 길라잡이를 만난 듯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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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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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찾아 볼 이유는 딱히 없었다. 김연수 작가의 책은 딱 한 권 읽었을 뿐이고, 김중혁 작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야 그런 소설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두 소설가가 어렸을 때부터 몹시 친했다는 사실도 모 블로거 분이 '어떻게 이런 사실을 모를 수가 있냐'고 포스팅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물론, 아는 척 가만히 있었지만.  <씨네21> 정기 구독을 끊은지도 오래라 이런 칼럼이 있었는 줄도 몰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급하게 구해 읽은 이유는 스쿠터에 나란히 올라앉은 두 작가 파도를 바라보는 표지 때문이었다. 웃기게도 젖소인지 고양이인지 알수 없는 동물이 파도에 말려 들어가고 있다. 머리가 없다고 이리도 정체성이 헤깔리나?

두 작가의 관계를 미리 알았다면,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면 더욱 재밌게 읽었겠지만 몰랐던 사실에 대한 경험까지 바라는 것은 정말 미련한 짓이기에 그러려니 하며 읽기 시작했고, 시작과 동시에 두 작가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이런 느낌 때문에 두 작가의 팬이 아니라면 이 책이 재미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밌는 나는 이 두 작가의 팬이 되기에 충분한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착각해 빌려 읽은 책에 줄을 그어버릴 뻔했다. '쓰팔노마'에서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중국여행 할때, 밥먹고 차 탈 때마다 기사 아저씨에게 건냈던 말 아닌가. 물론, '따거'를 붙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피씨통신 이야기에서는 정말 엄마께 미안해졌다.

아주 잘 읽었고 영화 컬럼이라는 이름 답게-뭐, 영화에 대해서 딱히 흥미롭게 쓰이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서도- 몇가지 영화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오늘 내일 다 챙겨보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잊기 전에 얼른 보고 싶은 영화들을 메모해 놓았다. 이 두 작가의 본업인 소설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챙겨 보고 싶어진 영화들.


[푸지에], [비카인드 리와인드], [센스, 센서빌리티],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초코초코 대작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걸어도 걸어도], [차우], [업], [나인], [굿모닝 프레지던트], [파주], [극장전]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영화를 본 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아주 두꺼운 책을 샀음에도 수건 밖에 생각 안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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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개정판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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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누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듯, 말하는 속도로 읽다보니 어찌나 더디게 읽히는지 중간에 놓아 버리고 싶었다. 잔잔한 이야기는 속도감 없는 물 흐르듯 그리 흘러만 한다. 생각했던 4.3사태에 대한 이야기는 앞꼭지만에 살짝 언급되고 이야기는 다시 조용히 흘러만 간다.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저자가 역사를 관통하며 살았다고 해도, 내가 제주도에 관심이 커서 노형동이 어딘지 안다고 해도,  아기자기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따뜻하다고 해도,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읽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태백산맥 식의 소설을 원했던 것일까?  아직은 치열한 독서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깊이를 볼 능력이 안되는 것일까라는 의문 속에 책 읽기를 멈췄다. 뒷 페이지가 궁금하지 않다면 더 이상 읽지 말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과 지금 읽을 책은 아니다 싶은 생각에서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게 되는 날 리뷰를 추가할까 싶다.


미주알 :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 비슷한 말 : 밑살.
┗ 미주알고주알 : [부사]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비슷한 말 : 고주알미주알

연주창 : 일반적으로 림프절()은 결핵균의 침범을 받기 쉬운데, 특히 표재() 림프절 중의 경부 림프절이 가장 걸리기 쉽다. 이 경우, 폐의 병변()은 대체로 심하지 않다. 양쪽의 상하 심경() ·천경() ·턱밑 ·귓바퀴 뒤 림프절 등에 크고 작은 종창()이 생기는데, 나력 또는 선병질()이라고도 한다. 이들 종창은 물러져서 뭉그러지는 것이 많다. 영양불량의 청소년이 많이 걸린다. 치료로는 전신의 영양과 안정에 유의하고, 화학요법 ·X선 조사() 등을 실시하며, 국한성()이면 선척출()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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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거기 있었다 2
윤태호 글 그림 / 팝툰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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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 죽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본 가족의 반응은 덤덤하다 못해 냉하고 냉하다 못해 반겼다. 모두가 있지만 모두가 없는 듯 했다. 무슨 일일까?  잘 나가던 대기업 부장 한상옥이 자신의 고급 아파트에서 부인과 세 남매를 남겨두고서 커터칼로 팔목을 그어 자살했다. 그런데, 한상옥이 가족동반 여행을 예약해둔 것이 발견되면서 자살로 종결되려던 사건은 뒤집힌다. 사체는 변사체로 바뀐다. 자살할 사람이 해외여행을 예약할 일 없고, 죽은 한상옥을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도 지나치게 냉하다는 것을 눈여겨본 경찰은  자살을 위장한 타살에 가능성을 두고 아내 그리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부인이 몰래 만나온 남자들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던 한상옥이 남겨 놓은 기록들이 조사된다. 큰 딸은 일기장에서 아버지를 얼마나 증오하는지를 노골적으로 쓴 메모가 발견된 후에 사촌오빠와 모텔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된다.  사촌오빠는 자신의 아버지를 폭행하고 모욕한 삼촌 한상옥을 향해 증오의 불을 지피고 있다.  둘째 딸은 자신의 교수와 불륜관계다.  무능력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후 아버지에게 모욕과 구타를 당한 일이 있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을까?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은 하나 같이 흠집투성이고 그 흠집은 언론에 노골적으로 공개된다.

찜찜하다. 부장까지 회사 생활을 하고 부하직원에게 딱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외부의 적도 있을 텐데, 유독 가족에게만 그것도 순서대로 씌워지는 혐의.  그 중에 누군가가 용의자가 되는 것으로 끝나면 심심하지?  후렌치파이처럼 층층이 쌓인 한상옥은 떠나면서 자신의 가족을 한 배에 태워줄 동조자를 두었다. 누굴까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을 위해 희생해 왔다고 생각한 한상옥은 스스로는 당당하지만 알고보면 오입쟁이에, 폭력남편에, 바람둥이에, 횡령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의 돈으로 먹고 사는 가족에 대해 무시하는 마음과 원망만 가득하다.  잘 나갔지만, 한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에서 한상옥은 혼자 죽기 싫었을 것이다. 가족을 태우고 한꺼번에 가라 앉아 죽고 싶었을 것이다. 것이다?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단번에 과거로 뛰어가서 보여지는 짧은 장면으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아파트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불쾌한 속삭임, 들러붙는 기자들의 행렬들 참으로 불쾌하고 찜찜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현실인데 어째'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게 만드는 만화였다.

[이끼]의 화려한 화면을 기대하고 있었다. 케릭터 하나하나를 훑듯 그려내고 류해국의 바닥까지 들어갈 듯 한 그 그림들을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의 그림은 [이끼]보다 현실감 있게, 그러니까 같은 눈 높이에서 보는 듯 그려내어 그만한 몰입까지는 가지 못했다. 심지어는 2귄이라는 분량이 너무 짧다는 느낌도 들었다. 덧붙여 아저씨들의 얼굴이 비슷비슷보여서 중간에 살아 있는 한상옥을 경찰반장인 줄 알아버리는 실수까지 하고나니 [이끼]의 눈에 확 띄는 케릭터가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알 것 같다. 등장인물 누구에겐가 몰입하게 하지 않고, 독자를 한발 떨어져있게한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쬐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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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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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 전에 먼저 일러스트 '무슨'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니 단번에 이 소설의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이 아닌가 싶다. 읽기 전에도 눈을 사로잡고 읽은 후에도 감탄하게 되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든다.  물론, 내가 니콘을 사용해서 그림에 캐논 카메라가 있는 것은 마음에 안든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아내에게 선물 받는 카메라는 분명 니콘인데...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발악해 보지만 결국 떠밀려와 남들이 보기에 안전하고 단단해 보이는 땅을 밟고 사는 듯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꿈은 있으나 꿈을 실현할 돈이 없었고 꿈을 실현할 돈이 생기니 꿈을 찾아갈 시간이 없어진 남자다. 이제 이 남자에게는 사진이라는 꿈이 장비 욕심이라는 허영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때문에 자신의 날개가 꺾였다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아내가 있다. 남편이 결혼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고 양 팔에 두 아이를 얹은 후에 전원주택에 감금했다고 느끼는 듯 한 그의 아내는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떠 밀며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파기만 한다.  깊게 파인 골은 아내의 외도로 이어지고 그 외도는 남자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어쩌면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살인과 죄책감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현대판이되려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지나치게 똑똑하다. '로쟈'처럼 굶고 사는 이유많고 고집만 남은 남자가 아니다. 주인공 덕에 이야기는 스릴러로 진전한다.  완벽한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 때 느닷없이 주목 받게 되며, 다시 찾아온 사랑은 삶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지만, 유명해질 수록 좁아지는 세상은 그리 쉽게 살게 놔 두지 않는다. 나는 주인공이 의도하지 않은 두번째 살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게되는 주인공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두번째의 살인은 안죽이더라도 한번은 꼭 패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읽다보니 영화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 보면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책이 가벼울 것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했었다. 실물의 책을 보고 그 분량에 살짝 놀랐다.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힘 있는 소설이다. 반전의 재미가 있으니 리뷰 읽기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론, 책 표지에도 왠만한 것은 다 알려주지만 말이다. 영화가 나오면 꼭 챙겨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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