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거기 있었다 2
윤태호 글 그림 / 팝툰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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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 죽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본 가족의 반응은 덤덤하다 못해 냉하고 냉하다 못해 반겼다. 모두가 있지만 모두가 없는 듯 했다. 무슨 일일까?  잘 나가던 대기업 부장 한상옥이 자신의 고급 아파트에서 부인과 세 남매를 남겨두고서 커터칼로 팔목을 그어 자살했다. 그런데, 한상옥이 가족동반 여행을 예약해둔 것이 발견되면서 자살로 종결되려던 사건은 뒤집힌다. 사체는 변사체로 바뀐다. 자살할 사람이 해외여행을 예약할 일 없고, 죽은 한상옥을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도 지나치게 냉하다는 것을 눈여겨본 경찰은  자살을 위장한 타살에 가능성을 두고 아내 그리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부인이 몰래 만나온 남자들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던 한상옥이 남겨 놓은 기록들이 조사된다. 큰 딸은 일기장에서 아버지를 얼마나 증오하는지를 노골적으로 쓴 메모가 발견된 후에 사촌오빠와 모텔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된다.  사촌오빠는 자신의 아버지를 폭행하고 모욕한 삼촌 한상옥을 향해 증오의 불을 지피고 있다.  둘째 딸은 자신의 교수와 불륜관계다.  무능력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후 아버지에게 모욕과 구타를 당한 일이 있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을까?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은 하나 같이 흠집투성이고 그 흠집은 언론에 노골적으로 공개된다.

찜찜하다. 부장까지 회사 생활을 하고 부하직원에게 딱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외부의 적도 있을 텐데, 유독 가족에게만 그것도 순서대로 씌워지는 혐의.  그 중에 누군가가 용의자가 되는 것으로 끝나면 심심하지?  후렌치파이처럼 층층이 쌓인 한상옥은 떠나면서 자신의 가족을 한 배에 태워줄 동조자를 두었다. 누굴까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을 위해 희생해 왔다고 생각한 한상옥은 스스로는 당당하지만 알고보면 오입쟁이에, 폭력남편에, 바람둥이에, 횡령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의 돈으로 먹고 사는 가족에 대해 무시하는 마음과 원망만 가득하다.  잘 나갔지만, 한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에서 한상옥은 혼자 죽기 싫었을 것이다. 가족을 태우고 한꺼번에 가라 앉아 죽고 싶었을 것이다. 것이다?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단번에 과거로 뛰어가서 보여지는 짧은 장면으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아파트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불쾌한 속삭임, 들러붙는 기자들의 행렬들 참으로 불쾌하고 찜찜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현실인데 어째'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게 만드는 만화였다.

[이끼]의 화려한 화면을 기대하고 있었다. 케릭터 하나하나를 훑듯 그려내고 류해국의 바닥까지 들어갈 듯 한 그 그림들을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의 그림은 [이끼]보다 현실감 있게, 그러니까 같은 눈 높이에서 보는 듯 그려내어 그만한 몰입까지는 가지 못했다. 심지어는 2귄이라는 분량이 너무 짧다는 느낌도 들었다. 덧붙여 아저씨들의 얼굴이 비슷비슷보여서 중간에 살아 있는 한상옥을 경찰반장인 줄 알아버리는 실수까지 하고나니 [이끼]의 눈에 확 띄는 케릭터가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알 것 같다. 등장인물 누구에겐가 몰입하게 하지 않고, 독자를 한발 떨어져있게한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쬐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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