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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를 쓰기 전에 먼저 일러스트 '무슨'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니 단번에 이 소설의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이 아닌가 싶다. 읽기 전에도 눈을 사로잡고 읽은 후에도 감탄하게 되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든다. 물론, 내가 니콘을 사용해서 그림에 캐논 카메라가 있는 것은 마음에 안든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아내에게 선물 받는 카메라는 분명 니콘인데...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발악해 보지만 결국 떠밀려와 남들이 보기에 안전하고 단단해 보이는 땅을 밟고 사는 듯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꿈은 있으나 꿈을 실현할 돈이 없었고 꿈을 실현할 돈이 생기니 꿈을 찾아갈 시간이 없어진 남자다. 이제 이 남자에게는 사진이라는 꿈이 장비 욕심이라는 허영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때문에 자신의 날개가 꺾였다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아내가 있다. 남편이 결혼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고 양 팔에 두 아이를 얹은 후에 전원주택에 감금했다고 느끼는 듯 한 그의 아내는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떠 밀며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파기만 한다. 깊게 파인 골은 아내의 외도로 이어지고 그 외도는 남자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어쩌면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살인과 죄책감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현대판이되려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지나치게 똑똑하다. '로쟈'처럼 굶고 사는 이유많고 고집만 남은 남자가 아니다. 주인공 덕에 이야기는 스릴러로 진전한다. 완벽한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 때 느닷없이 주목 받게 되며, 다시 찾아온 사랑은 삶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지만, 유명해질 수록 좁아지는 세상은 그리 쉽게 살게 놔 두지 않는다. 나는 주인공이 의도하지 않은 두번째 살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게되는 주인공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두번째의 살인은 안죽이더라도 한번은 꼭 패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읽다보니 영화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 보면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책이 가벼울 것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했었다. 실물의 책을 보고 그 분량에 살짝 놀랐다.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힘 있는 소설이다. 반전의 재미가 있으니 리뷰 읽기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론, 책 표지에도 왠만한 것은 다 알려주지만 말이다. 영화가 나오면 꼭 챙겨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