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호시노 미치오.
세계적인 야생사진 작가라고 한다. 내셔날 지오그래픽의 '알래스카'사진을 본 호시노 미치오. 그는 '알래스카'를 보고서 자신의 영혼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리고 알래스카를 자신의 영혼의 고향으로 알고 살았다. 결국, 그는 그 '영혼의 고향'과도 같은 그 곳에서 불곰에게 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안전관리가 허술했던 사고사이지만, 알래스카를 열렬히 갈망하고 바랬던 그에겐 그것이 오히려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일 수도 있겠다 싶다.


호시노가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인디언과의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당신들이 사는 방식을 존중합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사는 것 밖에 몰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와는 철저히 담을 쌓고 아니 그렇게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알래스카의 주민들, 그리고 문명의 세계에서 건너와 그들을 바라본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그의 글과 사진...


정유정의 소설 '28'을 이 책 읽기 하루 전날 읽었는데, 소설가 정유정도 호시노 미치오의 이야기를 하더군. 그리고 '늑대와 철학자'의 저자이야기도 하고. 평론가 정여울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


문득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다. 거기에 보면, 주인공 월터가 백호를 만나기 위해 눈덮힌 산꼭대기에서 기다리는 사진작가 오코넬(숀 펜)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사진작가는 백호가 나타났지만,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은 도대체 언제 찍냐?”
“가끔 사진을 찍지 않을 때도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냥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지.”

그냥 백호를 만난 그 순간은 인공적인 이미지로 사진화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을 자신의 눈동자로 찍기만 한다. 그리고 즐긴다.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인공화시키지 않는 자연미? 암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의 기억이 인상적이라 대충 더듬어 적어본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고래를 잡아서 마을주민들의 식량을 삼는 그 작업을 마친 후, 알래스카 주민들은 '내년에도 또 와'라고 하면서 고래턱뼈를 바다에 던진다고 한다. 그들은 빙하가 조금 녹아 바다가 '작은 바다'가 될때(그걸 '리드'라고 한다), 고래가 나타나 자신들을 먹여준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알래스카, 호치노 미치오는 그걸 동경했고, 그것을 사진에 담았다.


결국 마지막에 다른 이를 통해 전해 받은 그의 메모와 사진들이 편집자에 의해 유작으로 나오게 되었다. 글과 사진도 여운이 있는데, 호시노 미치오는 죽으면서도 이 유작으로 여운을 남겼다.


대학때, 외설작가로 알려진 D.H.Lawrence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외설작품으로 알려져 당대에서는 금지처분까지 받았던 로렌스가 왜 그런 글을 썼단 말인가? 그때 비평수업시간이었는데, 내 가슴에 와닿았던 단어가 있었다. 바로 'Holy ghost'란 말이다. 'Holy Ghost'란 말은 기독교에선 '성령'(Holy spirit)이란 말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홀리고스트'는 말 그대로 '인간의 순수한 정신(영)'을 말한다. 만화영화 제목 '마음의 소리'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로렌스가 외설작가가 스스로 되고자 한 이유는 바로 "Holy Ghost"때문이었다. 금기시하고 터부시하는 당대의 문화에 딴지를 걸면서 도전장을 내민 로렌스의 'Holy Ghost'! 지금 시대라면, 로렌스는 다른 것을 가지고 딴지를 걸겠다 싶다.


로렌스 작가도, 영화 <월터의 현실은 상상이 된다>에서 나온 사진 작가 오코넬도,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난 호치노 미치오도 자기만의 'Holy Ghost'를 찾아 산 것이다.

Written by KAR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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