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름 물속을 간다

김선우

 

 

강릉 고향집 엄마방에서

엄마랑 낮잠 든 오후였습니다

물너미 하나 엄마 배를 타 넘어왔습니다

시집올 때 가져온 구닥다리 자개장

엄마만큼 늙고 병들었지만

금조개 껍데기를 썰어낸 자개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늙은 몸 위에서

학이 날고

거북이 구름 속을 슬슬 기어가더군요

소나무 타고 내려온 달이

물 속에서 첨벙, 밝아지는 몽유록

첫장을 펼치면 학이며 소나무가

물의 자궁 속에 둥글게 박혀 있었습니다

바다가 오래 매만져온 금조개

껍데기에 스며든 바닷물 소리가

갈피갈피 접혀 있었구요

물풀 위로 산란되던 무수한 내가

그렁그렁 떠올라왔습니다

엄마 혼례 때 따라온 자개장 속에서

엄마랑 내가 흠씬 젖은 가을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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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2004-07-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은 그림이..열대어라서..;;;
어쨋거나. 그런. 분위기..(우긴다)

panda78 2004-07-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ㅁ@ 좋다. 숲 속을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

물만두 2004-07-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력의 나라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