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살구나무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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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2004-08-02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추억은 창문도 없는 어둔방을 밝히는 희미한 백열등이었고
며칠 째 개어두지 않고 방바닥에 펴 둔 이불같은 것이었다..
나의 추억도 입 안 가득 배어오는 살구맛 같은 것이고, 마룻바닥을 뛰어다니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량 2004-08-02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은 아직 못 고쳤습니다..지금 차를 장장 15시간이나 타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등학교 동창집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틀째 외박중인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군요.. 지금은 너무 잠이 와요..=.=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nrim 2004-08-0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4시.. 넘어서 주무셨으면 아직 꿈속 이겠네요. ^^
이틀째 외박중인 사연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