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와 가벼이 술 한잔하고..
옛노래도 목터져라 부르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친구의 뒷통수를 바라보다가
문득, 걸어야겠다... 생각했다.
가방을 손에 쥐고 흔들흔들.
봄바람은 살랑살랑.
집으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먼 길 향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밤 새가 고요히 울어댄다.
나는 왜.. 오늘 같은 밤에
마음아프도록 그리워할 사람도 없는걸까.
갑자기 고요해서 사랑스럽던 내 시간들이 조금 섭섭해진다.
봄에는, 특히나 이렇게 날씨좋은 밤에는
조금 슬퍼야 제 맛인데.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김억, <봄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