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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무엇이든 결국 믿고 따르기 전에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측정하고 읽고 멈춰 서서 다시 계산하고 확인했다. ㅡ <<와일드>> 252쪽
생각없이 판단하는 건 자유 의지가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지한 상태에 머물면 안 된다. 주인공이 선택한 길 위에선 무지하면 죽는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리광을 피울 수 없고 자기연민에 빠질 틈이 없었다. 모든 결과는 내 선택에 의한 것. 이것이 현실과 직면하고 어른이 되는 방법이다.
책 초반, 주인공의 자기연민이 불편했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걸 생각지 않으면, 사랑받고자하는 욕망은 어리광일 뿐이고 나와 내 주변의 사람을 다치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슬픔에 빠져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상실을 겪으면 그렇게 자기 파괴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불행과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내가 원래 형편없는 인간이라서' 그럴만 하다일 수도 있다. 생각할 여유가 없이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행동하면, 백발백중 상황이 더 나빠지게 된다. 주인공이 그랬다. 나보다 훨씬 스스로를 알고 있는, 신중한 사람이었음에도 그렇게 되었다.
주인공의 행동이 불편했던 이유가 내 모습과 겹치기 때문이었나. 내가 주인공의 상황이었다면 더욱 Strayed(주인공의 성, 길을 잃었다는 뜻) 했을 것 같다. 주인공처럼 엄청난 자기 극복의 상황에 스스로를 던지지 못하고, 나도 모르는 곳을 떠돌았을 것 같다. 내가 정말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바로 자기연민이다. 겁 많은 내게 정말 적절한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