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과 저항의 위기 - 왜 약자들은 추하게 보이는가?
장의준 지음 / 길밖의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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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배제의 관계를 교란하지 못하고 위치를 바꾸어 배설하는 수준에 그친 퇴행적 페미로써 메갈을 직시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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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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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을 받아 읽었으나 깊게 닿은 작가는 아니었다. 여전히 소설을 편협하고 안목이 부족한 탓이리라. 그럼에도 <모자><무지개풀> 두 작품은 잔잔히 남았다. 태연하면서도 은은하게 아버지의 아련한 모습을 그려내는 <모자>는 쉽고 여문 작품이었다. <무지개풀>은 더 좋았다. <모자>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사건도 갈등도 없이 그저 하나를 산 이야기일 따름인데, 변화에 따른 세세한 묘사가 감칠 맛나게끔 탁월하여 얕볼 수 없는 작가임을 확인시켜준다. 귀엽고 은근한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이 책이 첫 단편집이고 다시 두 권의 단편집이 더 있으니 나는 시계열적으로 작가를 따라 읽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나도 흡착될 수 있을는지 다음 책을 구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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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 - 어느 게이의 세상과 나를 향한 기록
터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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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의 존재 또한 다른 소수자-장애·인종·여성-와 마찬가지로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명징한 혐오와 도덕적 지탄이 가해지기에 성소수자는 숨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성소수자는 범재한다. 이것이 당신이 이 책을 봐도 좋을 이유다. 나는 당신이 보다 유연해지길 희망한다.

  대학원에 다니는 돼지띠 저자의 글은 차분하고 진솔하다. 특히, 전반의 두 장(연애·공간)은 오래도록 고민한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정성스레 빚은 글들이기에 흡착력이 강하다. 어휘와 문장도 또래 중에 이만큼 단련된 이를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그가 마흔 일곱이 아니라면). 좋은 책이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어색하게 숨기고 부정하며 살아온 이들의 면면을 마주하는 것은 당신의 삶에 대한 자세 또한 성숙시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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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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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소의 기억들을 좇아 읽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의 내가 이리도 곤궁한데 구태여 가장 참혹한 일들에 눈을 두겠다는 것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책은 마음에 들고 독자와의 대화까지 보면 작가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비극에 놀랍도록 분노하지 않았고, 독자로 하여금 사색토록 하며 차분하게 그 날들을 들려줌에 경이롭다. 신발에서부터 죽음은 시작되었고 허기에 밀려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는 가운데, 선발은 줄기차게 닥쳐온다. 그럼에도 '유동인구'와도 같은 유대인들의 수용소에서 소각장을 공격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바른 삶은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러지 못할 뿐이다.

 그들 안에서 선발이 가까운 자를 무슬림이라 불렀다는 것 또한 지독하게 의미심장하다. 참담하게도 인간은 어느 때 어디에서도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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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서울
피터 W. 페레토 지음, 조순익.정은주 옮김, 신병곤 사진 / 프로파간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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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타자화시켜 볼 수 있는 실로 값진 책이다. 목차와 설명 없이 무작정 펼쳐지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강박, 욕망, 불안, 시기, 모방, 편의, 변주, 전용, 무지, 자생 등 생물로서 도시 서울의 단면을 토막토막 마주하는 사이 성찰의 기회가 온다. 명소를 찍은 것이 아니라 도시적 풍경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책의 후반까지 그저 사진만 이어질 따름이지만, 저자의 분명한 목적의식과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고 이미 한참 대화를 나눈 것처럼 벅차다. 이윽고 말미에 간략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는데 이것 역시 대단하다. 일부를 옮긴다.

 

 누구도 서울의 시작과 끝이 어디라고 단언할 수 없다. 서울은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면서도 특징 없는 것들로 빽빽이 들어찬 도시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콘크리트 정글이 되어버린 서울은 어떠한 체계적인 격자도 없이 유기적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내가 본 서울에 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다. 이외에도 아스팔트는 서울의 피다라는 일갈과 간판을 도시 서울의 문신으로 읽는 혜안이 깊이 남는다. 특히, 익명의 건축에 대한 서술을 보라. 서울을 깊이 사랑하는 저자가 느껴진다.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손에 쉬이 들리는 판본으로 출간되어 고맙다. 누구한테라도 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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