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이 배경인 소설을 읽고 있는데, 책이 넘넘 재밌어서 머릿속에서 이태원의 예전 모습이 자꾸만 그려진다. 예전엔 미군 부대와 연관된 이미지만 있던 곳이고, 대학 때 역사적인 장소로 답사도 여러 번 갔던 곳이라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이다.


사진 취미가 생긴 이후엔 사진 찍으러도 많이 갔던 이태원. 경관이나 향기(?)가 무척 이국적인 곳이라 매력적이었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적당히 한적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지금은 아닌 듯하지만)
경리단길이라는 이름도 생기고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된 후로는 한 번인가 가보고 찾지 않게 되었다.



소설때문에 이태원 사진을 찾아 보는데 과거의 나는 참 개념없이 사진을 찍었네. ㅋㅋ 초상권 따위😳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담겨있고, 카메라 탓인지 이태원의 모습이 꽤 우중충하다. 읽고 있는 책은 인물이 아픈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쩐지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초상권이 신경쓰이는 이태원 사진 대신
빛이 가득 부서진 이태원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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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복순과 백복희를 만나기 전까지, 연희는 대학 시절의 나와 비슷한 질감의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이유도 모른 채 태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사는 것일 뿐, 근원적인 마음의 끝은 죽음에 닿아 있던 그 암전의 시간 말이다. 그랬으므로, 연희는 아픈 백복순과 백복순이 낳은 백복희를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모녀는 연희에게 두 번이나 지켜 주지 못한 생명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고 다시는, 어떤 생명이든, 차갑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을 테니까. 생명은 연희에게 위로이자 구원이었을 테니까.
175쪽

상실하면서도 꿈을 꾸던, 상처 받았으면서도 그 상처가 다른 이의 삶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애를 썼던, 너무도 구체적인 한 인간이었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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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사람들은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해. 그들은 그가 지난 팔 년 동안 내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내 안에 살아 있던 모든 것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몰라. 그들은 몰라.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이 필요한 살아 있는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그가 항상 날모욕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
나? 온 힘을 다해 내 삶의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가? 내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때는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하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551-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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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너의 신호, 세계를 향한 노크, 내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네는 작은몸의 언어.
첫 태동이었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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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다움은 예전에 그녀가 무도회에서 보이고 싶어 하던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목적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었다.
4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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