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바토 템포로 살았던 모차르트

템포 루바토 Tempo rubato는 유려한 연주 기법이다. 높은음을 연주하는 오른손은 박자를 벗어날 듯 아슬아슬 화려하게 진행하지만 낮은음을 연주하는 왼손은 정확한 템포를 지켜 분위기를 안정시킨다(낭만주의 시대에는 훨씬 너그럽게 바뀐다). 모차르트는 이 주법에 능숙했다.
모차르트의 삶도 루바토 템포로 연주됐다. 겉으로 보이는 모차르트의 삶은 화려하고 사치스러웠으며 종종 오만했다. 그는 ‘중앙에노란색 돌이 박혀 있고 우윳빛 조개로 테두리를 꾸민 단추가 달린 붉은 코트’를 사 달라고 남작 부인을 조르기도 했고, 재능 없는 작곡가를 조롱하는 〈음악적 농담 a musical joke, K. 522〉이라는 곡을 쓰기도 했다. 참 화려한 오른손 박자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인생을 지휘한 건 정직한 왼손 박자다. 왼손으로 묵묵히 연주된 모차르트의 성실한 삶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꾸준히 작곡하며 실력을 키웠고 6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복잡한 삶에서도 중심을 지키려던 심성은 곡에서도 드러난다. 모차르트의 곡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오롯이 한 음이라도 성실히 표현해 내지 못하면 분위기가 죽는다.
루바토 템포의 정직한 왼손이 없다면 화려한 오른손은 공허할뿐이다. 모차르트는 루바토 템포의 오른손 음계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고 죽음마저 자극적인 이야기로 팔렸다. 성실함으로 역경을 버텨낸 그가 다시 살아난다면 몹시 개탄스러워할 일이다.
죽음만이라도 정직한 왼손 템포로 풀이하고 싶다. 모차르트를만나 이렇게 인사할 것이다. "당신은 독살당하지 않았고 매독에 걸리지 않았으며 불결한 커틀릿을 먹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죽음은 훼손되지 않았고 후대 사람은 당신의 곡으로 알파벳을 외웁니다." - P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