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금요일 저녁에 책을 읽기 시작해 일요일 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이제는 책에서 나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무용한 독서에서 유용한 거짓으로 건너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작을 읽은 다음이면 어김없이 왠지 모를 불안과 불편한 감정에 빠진다.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속을 읽을 것만 같다. 사랑하는 책이 당신의 얼굴을 투명하게 - 파렴치하게 - 만들어놓지는 않았는지. 그런 헐벗은 얼굴로는, 행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을 하고서는 길에 나설 수 없다. 잠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낱말들이 먼지처럼 햇빛 속에 흩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책을 읽은뒤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두 문장 기억이 날까?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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