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예측할 수 없고, 어디에서든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온다. 네 죽음의 소식은 단속적인 작은 음들로 내게 전해졌다. 그때마다 소리를 들었고, 알았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건 마치 네가 주소도 남기지 않고 외국으로 떠나 편지를 보낸 것과 같았다. 너는 잉크도 종이도 없는 ‘그곳‘에서 무엇이라도 사용하여 편지를 쓴다. 네가 좋아하는 고광나무꽃이나 제비꽃 향으로, 움직이는 빛의 이미지로, 혹은 오늘, 텔레비전에 나온 나무들 사이의 오솔길 이미지로. 네 죽음을 생각하면 왜 이토록 여린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일까. 그건 실제의 나무도 아니었는데, 단지 색조의 점들이 화면에 띄운 이미지일 뿐이었는데. 그리고 난 다시 깨달았다. 우리가 더는 함께 산책하지 못하리란 것을, 아카시아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네 웃음소리와 이별했음을. 이렇게 나는 매일 깨닫는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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