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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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능력으로 다정함, 친화력, 협력적 의사 소통 등의 특징을 꼽고 있다. 사람이 자기가축화 과정 속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사회 연결망을 확장시키며 '친화적 진화'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이야기를 양정무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1권에서 읽었던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찾아보았다.

간략하게 등장했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뇌가 더 크고 힘이 더 센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정교하게 의사 소통하며 협력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동물 실험을 제시한다. 인간과 가까이 지내며 이미 가축화된 '개'말고, 여우 보노보 등의 동물을 통해 다정함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한다.

 

 

협력적 의사 소통을 중시하는 나에게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었다. 하지만 주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로 근거를 대기보다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 서술 방식이 낯설었다. 모르는 동물과 호르몬을 연속적으로 열거하며, 서서히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가장 가축화가 잘된 종은 '인류'라는 결론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로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P123

다정함을 무기로 살아남은 인류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잔인하게 보복할 수 있는데, 그 기능을 하는 뇌가 친절함을 발휘하는 뇌와 같은 뇌라는 것이다. 정교한 의사 소통을 통해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는 왜 타자를 비인간화하는 것일까?

자신들이 누리던 자원이나 특권 혹은 어떤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집단이 나왔다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적 이념 대결이나 혹은 한 사회 내 다른 집단의 상대적 지위가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를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테일리가 이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 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P193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P226

다정하면서도 잔인해질 수 있는 인간은 공존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만들어 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형태라고 했다. 단, 나머지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고. 말장난스러운 이 말 속에서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불완전한 민주주의의 속성이 느껴진다.

민주주의는 우리의 다정한 본성 속에 자리한 이 어두운 면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P255

민주주의는 종착역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혐오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발언과 행동을 목격했을 때, 우리 내면에서 스스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문화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적대적 건축을 지양하고, 협력적이고 친화적인 공간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한다.

우리는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지도자는 외면하고 타인에게도 인간애를 실천할 것을 주장하는 지도자에게 정당과 소속을 떠나서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P279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 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P283

인류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편협한 다정함에서 더 넓은 집단을 향한 보편적 공감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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