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다 보니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상상을 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이에프라는 로봇이 주인을 만나 보고 겪는 이야기. 이런 소설을 SF 소설이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SF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느낄 때, 순한 맛 SF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F 소설인 걸 알았다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SF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과학에 대한 상상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그나마 이 소설처럼 장편인 경우에는 내가 느끼는 빈약한 부분이 많이 메꿔지지만 단편인 경우는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이 책에 등장하는 클라라는 로봇이다.(이 게 스포는 아니겠지. 나만 몰랐던 거겠지.ㅋㅋ)
마지막에 클라라는 혼자 남는다. 그 장면에서 불현듯 유기견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매장 안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태양광을 통해 충전을 하고, 손님으로부터 선택받길 바라는 클라라가 조시를 만나기 전인 소설 초반 부분이 유리창에 강아지를 전시해 놓고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아, 클라라는 반려로봇인가?
반려로봇의 이야기라고 하니 나 같은 사람도 완독할 수 있는 순한 맛 SF 소설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반려동물, 반려 식물처럼 반려로봇이 있는 미래의 이야기라면, 유기 로봇(클라라는 유기는 아니지만)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발생하는 걸까?(어쩔 수 없는 문과생 ㅋㅋ)
태양광을 통해 연명하는 것 같은(내가 확신을 못해서) 클라라는 아픈 조시를 위해 태양에게 기도를 하는데, 이건 또 뭐지? SF 소설에서 애니미즘인가? 태양한테 기도를 하는 로봇이라니? 로봇이 샤먼인가? 뭐지? 뭐지? ^^;;
아무튼 내 상상력이 닿을 수 없는 이야기는 더욱 이 소설을 읽는데 더듬더듬하게 만들었다. 더듬더듬 이야기를 찾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눈치챌 수 있었다.
조시의 어머니는 조시가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클라라를 조시를 대체할 존재로 준비하며 진행하고 있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을 클라라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