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의도한 건 아닌데, 전자책으로 이슬아 작가의 심신수련을 읽는 중이었다. 전자책은 외출했을 때, 잠자기 직전 누워있을 때, 자투리 시간이 생겼을 때를 채우기 위한 책이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을 주로 읽는다.

우연히 의식의 흐름대로 고른 책이 부지런한 사랑.
부지런한 사랑을 읽다보니 내가 심신수련이란 책도 읽는 중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 같은 작가의 책을 병렬 독서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는 작가의 글에 대해.

에세이 위주로 책을 여러번 출판한 여성 작가들을 보면, 잘난 척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책을 팔려면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하고, 에세이같은 경우는 정말정말 말도 안되게 글을 잘쓰는 작가(공지영, 김애란 작가님 ^^)가 아니라면 글과 소재가 (에세이인 경우 경험) 남다른 특색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난 이런 걸 해봤어.’와 같은 권위를 드러낸달까. 누구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ㅋㅋ

하지만 이슬아 작가의 글은 착하고 정직하다. 얼마전 블로그에서 본 글인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란 화두를 던지고, 정직한 책을 읽겠다고 쓴 글을 보았다. ‘정직한 책’이란 표현이 화살촉처럼(또 바이킹스 연상 ㅋㅋ) 폭 박혔다.

정직한 책이란 뭘까? 곰곰히 생각했다.
작가의 솔직한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낸 책. 아니,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한 글로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이 넘실대는 글을 썼지만 작가의 실상은 공격적이고(실제로 누군가를 글과 말과 행동으로 공격하기도 하고) 사납고 호승심 가득한 사람이라면? 그 글이 진짜로 너그럽고 온화한 것일까?
여성이나 약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어가지만 실제 한 여성을 가해한 남성과 함께 책을 만든 과오가 있다? 뒤늦게 알았겠지만 입싹입꾹. 그러면서 남의 허물은 잘도 쑤시지. 내로남불.

정직한 책이란 솔직하되 무례하지 않고, 작가와 그가 남긴 글의 간극이 적은 책이 아닐까.

이슬아 작가가 자연인으로서는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글이 참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밍숭맹숭한 매력없는 착함말고, 말그대로 매력터지는 착함. 난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착한 글도 좋다.

자신의 특이한 과거 이력을 과도하게 내세우지도 않고,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해서 단단히 만들어 온 글에서 느껴지는 힘도 좋다. 솔직한 글이라 큭큭대며 웃음도 나오게 한다. 복희님(작가의 어머니)이 자주 등장하는데 적당한 거리에서도 애정을 느낄 수 있게끔 글을 쓰는 능력이 있다.

같은 작가 책을 동시에 읽다니, 무슨 일이지 생각해 보니 착한 글이라서 나도 모르게 선택하고 선택한 책이었던 것 같다.

부지런한 사랑에는 세상 귀여운 어린이들의 글이 등장한다. 천진하면서 예리한 어린이들의 글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물론 어린이들과 수업한 작가는 좀 힘들기도 했을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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