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뾰족할 때 만난 책이다. 요즘 에세이 읽다가 도중에 덮은 책이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글 잘 쓰는 작가님답게, 소설같은 에세이였다. —잊기 좋은 이름이 좋았던 것처럼— 글꼭지의 마무리와 다음 글 꼭지의 시작이 이어지는 것도 마치 소설처럼 긴장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센스가 있었다.
몰입한 덕분에 머리도 마음도 개운해졌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작가님답게 전해준 것 같다.
올해 나는 약간 미안한 관계를 유지했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약간, 많이 말고, 약간 미안해야 너그러워진다고.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나는 미안해졌다. 그래서 많이 너그러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화내고, 따지고, 지적하고 그랬을텐데. 미안한 나는 그러지 않았다. 울컥할 때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참아. 화내지마. 네가 뭘한 게 있다고 큰 소리를 쳐?’
나에게 말했다. 코로나19덕분에 1년 가까이 연습한 결과다. 그래서 다른 미안하지 않은 상대에게도 이 태도가 배어 나왔다.
책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오글거려도 계속 연습하라고 한다. 굳이? 라고 생각한 찰나, 조성진도 하고 김연아도 하고 BTS도 하는 거라고. 비범한 사람들이 하는 연습을 내가 뭐라고 안하지?
태도도, 마음도 다 연습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때문에 참 힘든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를 얻었다. 내가 미안한 사람이 돼서 조금 성장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