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안희정과 그의 주변인들.

책을 읽으며 그들에게 가졌던 개인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김지은씨한테 전하고 싶은데,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적을까 하다가 관둔다.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조차 두려워서 병원이나 세탁소에 가는 것도 두려울 정도로 일상을 잃어버린 저자가 큼직하게 책 표지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김지은입니다>

아마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큰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만 생각하면 겉으로는 간단하다. 나만 고통스러운 상황을 피하면 되고, 나만 기억을 지우면 된다. 그러면 이 세상 누구도 모르는 일이 되니까. 나쁜 기억이나 경험은 최대한 떠올리지 않고, 없었던 일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것. 가장 평화로운 선택이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견디고, 가족과 도와준 이들에게 미안함을 갖는 것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이전처럼 살 수 있을까? 본인만 생각했다면 결코 미투를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민주주의를 외치며, 인권과 양성 평등을 강조했던 정치인의 이중성을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수행비서라 해도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이 직업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만다라트로 만든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을 보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민주주의 지도자라는 말과 보필이라는 말도 어울리 않고, 수행해야 할 업무 중 "철저히 리더만을 위한 판단" "시키기 쉬운 부하되기" "좋은 것은 리더 먼저" "영광은 리더 칭찬은 동료 책임은 내가" "내 몸의 방패화" 이런 것들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고용인에게 24시간 대기하는 근무 형태, 고용인의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세심함(?)(고용인 배우자의 빵셔틀과 대리운전은 정말 충격이다. 100-103쪽) 이 건 비서가 아니라 몸종 아닌가?

다른 권력자의 수행비서도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이 건 아닌 것 같다. 수행비서라 해도 공적인 영역에서 비서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 부분은 갑의 위치인 고용인이 먼저 철저히 지켜줬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업무 행태가 관행이라 해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정치인이라면 본인부터 바꿔야 했던 게 아닐까? 그런데 그 것도 모자라 성폭행을 저지르고, 주변인들은 재판 내내 2차 가해를 가하다니.

 

 

공적 영역에서 자신을 돕는 사람을 사적 영역에서도 일을 시킨다면, 공사 구분을 안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정치인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 권력은 공익을 위해 누리는 거지 사익을 위해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 구분이 안되는 사람은 권력을 가졌을 때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번지르르하게 이미지 메이킹만 하면서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건가? 많은 사람들이 속아서 다음 대선 때 대통령이 되었다면? 상상만 해도 충격이다. 읽는 내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친구분도 하셨더라.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영부인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시 한 번 고마워.

 (279쪽)

 

김지은씨, 당신은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모자를 처음 벗고 바람을 느낀 날, 그 날의 일기처럼 소소하게 행복을 누리는 일상을 되찾길 바랍니다. 더불어 당신의 곁을 지킨 동료들과 가족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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