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11쪽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곳에서의 시간은 조금씩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채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희미한 빛이 사소한 계기로 일상 속에서 다시 반짝이며 살아나는 순간들 또한 찾아올 것이다. 그 찰나의 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 애쓰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이 세계에 조금 더 선한 존재로 남게 되지 않을까.
33쪽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67쪽

아마데우가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라고 했듯이. 시공간을 축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시간은 죽음이라는 일방통행로를 따라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시간이 우리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데 비해 공간은 유동적이며 탄력적이다. 선택의 가능성이 있기에. 우연적으로 일어난 일, 찰나의 스치는 만남, 이런 것들이 어떤 공간에서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결과로 변할 수도 있다. 삶에서 예외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상상을 열어주는 공간‘이다. 어떤 장소는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 삶을 열어주기도 한다.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삶의 예외성과 우연성 속으로 뛰어들어 삶 자체를 바꾸어내려는 의지가 아닐까. 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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