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인은 흔히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총을 들고 독립 운동을 했던 분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시인과 의열단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양면성때문에 평소 흠모했던, 알고 싶은 시인이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처럼 독립 운동가 이육사의 모습을 1인칭 내지는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육사의 '비밀한 여성'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비밀한 여성'은 이육사 시인과 친한 신석초 시인의 전언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일제의 경찰과 밀정들의 눈을 피해 속고 속이며 의열단으로 활약했을 이육사의 모습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마치 유리창 너머로 어렴풋이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소설은 영화 <클래식>을 떠올리게 한다. 손예진과 조승우의 2세가 만나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각자의 엄마와 아빠의 삶은 추적해 가는 이야기. 이 책은 '비밀한 여성'의 조카와 시인의 외동딸이 만나 이육사 시인에 대한 못다한 삶을 전해주고 있다.

 

책을 접하기 전,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는 아니라서 책장이 느리게 넘어갔지만, 이육사 시인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그 분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중간중간 이육사 시인의 시와 산문을 접하면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읊어주며,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여주는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의열단이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졸업한 독립운동 비밀 요원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다 밝혀지지 않은 삶이 흡사 영화 주인공같지 않은지. 그 분이 남긴 글이 마치 연극이나 영화의 인터미션처럼 다가왔다.

 

 

 

 

펜을 들 수 없을 땐 총을 들었고, 총을 들 수 없을 땐 펜을 들었던 남자.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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