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늦여름부터 읽기 시작했다. 하루 10-15분. 나의 아침 독서 책으로.
제인 오스틴을 떠올리면 중학교 3학년 때 읽은 <오만과 편견>이 기억이 난다. 재미없었고, 지루했고, 도대체 이해되지 않은 인물들. 왜 이 책을 읽어오라고 숙제를 내준 건지. 책 내용보다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다.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던 작가. 그럼에도 다시 제인 오스틴 책을 읽게 된 것은 청소년기에 추천도서라고 추천받은 책들이 그때 당시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가 성인이 된 지금 읽으면 세상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나, 가끔 변덕을 떨기 때문이다. (그랬던 대표적인 책이 데미안)
막연히 <이성과 감성>을 통해 그런 변덕을 또 떨고 싶었던 것 같다. 대신 중3 때 떨떠름한 기억을 벗어던지고 책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침 독서 책으로 읽기로 한 것이다.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10분인데도 순식간 책 속에 몰입이 되다가 어느 날은 책을 오랜만에 펼치기라도 하면 인물 이름이 헷갈려서 인물 관계도를 적어놓은 포스트잇을 참고하기도 했다. 좀처럼 책 진도가 나가지 않던 지난주. 이 책으로 해를 넘기고 싶지 않아서 '기-승-전-결'의 승과 전 사이쯤 되는 곳부터 꾸역꾸역, 아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에 이어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로 꼽힌 작가라고 하는데.(민음사 책 뒤표지 참고) 어쩜 이리 친해지기 힘든지.
나는 왜 이 책과 친해지기 힘들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많이 떠올렸다.
이 책의 스토리는 9시 뉴스 하기 전에 했던 '여름아 부탁해'라는 일일연속극 같았다. 엄마가 봤던 드라마라 옆에서 가끔 봤는데, 그 드라마가 계속 떠올랐다. 소위 말하는 한국식 막장 드라마. 솔직히 말하면 <이성과 감성>은 나에게 막장 드라마의 줄거리 같았다.
생각이 이어졌다.
제인 오스틴과 <이성과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왜 이 책이 세계문학전집에 오른 고전일까? 대체 고전이 뭘까? 옛날에 출판된 책이면 다 고전일까?
자연스레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니, 대략 200년 전에 등장한 책이다. 그럼 난 허생전이나 홍길동전 같은 책을 읽고 있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왜 이 책이 지루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조선 후기 작품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이해심이 넓어졌다.
대시우드 가문은 오랫동안 서식스 지방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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