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일할 거라면, Porto
하경화.이혜민 지음 / 포북(for boo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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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도시, Porto

 

 

포르투라서 기대한 바가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억 속의 포르투는 다른 유럽 도시와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칙칙하고 낡은 느낌인데 그 낡은 빛깔에서 시간이 느껴진다. 예전에 더 빛나는 색이었을 것 같은 도시. 최근의 포르투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갔을 때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보지 못했고, 지금처럼 많이 알려진 곳도 아니었다. 유명해졌으면 조금 때깔이 달라졌을지도. 책 속의 포르투는 그냥 여느 유럽 도시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건 온전히 내 취향인데, 한 달 살기로 현지인 놀이하는 여행 에세이는 와닿지 않는다. 집에서 요리하기, 공원으로 소풍 가기, 이런 것들. 여행 에세이 작가들이 가지고 있을 고민이 아닐까 상상해 보는 것이 있다. 현지인과 여행자의 시점(또는 경험),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의 균형.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가에 따라 여행의 경험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책 내용도 달라지겠지. 나는 기본적으로는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 현지인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가 좋다.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면서 내 머릿속에 여행 정보가 그려지고 여행을 상상하게 만드는 에세이가 좋다. (참 까다로운 독자다.)

 

 

 

아무튼 포르투까지 가서 왜 한국에서도 하지 않은 김치 담그기를 하는지... 튀는 콘텐츠를 원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내 취향은 아닌 걸로. 그리고 뭐 했고, 뭐 먹었고, 어쨌고 등의 일상만 나열한 에세이는 따분하다. 여행지의 일상이 현실에서 누렸던 일상과 다른 거라면 모를까. 아니면 평범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여행지의 느낌을 잘 살리는 거라면 모를까.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부분은 내가 아는 바가 없어서 정말 궁금한 내용인데, 바로 사진 초상권이다. 사진 속의 사람들에게 전부 허락을 받은 걸까? 아니면 책을 출판하는 것은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외국인의 초상권은 해당되지 않는 걸까? 태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한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여행 에세이 책이 많이 나온다. 퇴사하고 해외여행을 한 후 책을 내거나, 아니면 자신의 여행 경험을 책으로 내기 위해 직접 출판사까지 차리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퇴사에 대한 로망, 사람들이 공감하는 에세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까지 언급하면 너무 삐딱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 나중에 다른 책 읽다가 떠오르면 그때 가서 정리해야지.

 

 

 

어쨌든 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여행한 것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기록하는 걸까? 경험한 것을 오감으로 기억하지 못하고, 직관적으로 기억하는 나.

여행한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어떻게 정리하지? 사진만 담아도 한 권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나.

나도 여기서 이런 것을 느꼈는데, 어쩜 이렇게 구체적이면서 감성적으로 글을 쓸까? 역시나 두루뭉술하게 느낌만 기억하는 나.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퇴사한 후 힘차게 사는 작가님들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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