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작가에 대해 갖고 있던 주관적인 편견을 벗기고 싶어서였다. 만나본 적 없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라 더 조심스럽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내가 될까 봐.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 지점을 발견하고 싶었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사건은(정확하게는 이름만) 대략 3년 전. 자세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쓸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도 내 편견이 없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글 쓰는 사람과 그 사람이 쓴 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그 작가를 좋아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글을 통해 호감을 가졌는데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니 별로라고 느낀 유명인이 생겼다.(ㄱㅈㅎ, ㅇㅈ) 글이 좋다고 해서 글을 쓴 사람도 꼭 좋은 사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대개는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책을 낸다는 것은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니까, 책을 통해 나의 주관적인 인물평을 깨고 싶었다. 결국 그 인물평은 깨지지 않았고, 몇 가지 의아한 점만 남았다.

글을 보면 딸을 아끼는 마음,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아끼는 것에 애정을 많이 쏟는 섬세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왜 특정 인물에게 (아무리 싫어도) 그렇게 독하게 말하고 행동했던 걸까? 어떤 억하심정으로. 대체 왜?

나는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사람들의 이후 행동을 살핀다.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 본인이 인정하지 못해도 다수의 사람이 이야기하면 그 내용을 듣고 자기 객관화를 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 강해서일까? 실수한 부분이나 잘못한 부분을 은근슬쩍 없애고, 모른 척 넘어가면 없던 일이 될까?

내가 느꼈던 날카롭고, 사납고, 싸우는 이미지와 글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편견이 사그라들지 않아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리스본을 담고 있는 책이라서 끝까지 읽었다. 부모님이 온화하게 영원한 안식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 시절 부모님과 보낸 특별한 경험을 추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모님을 향한 그리운 마음을 리스본에서 재생하고, 자신이 느낀 행복이 딸에게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느껴졌다. 또 나의 리스본 여행을 소환해서 좋았다.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 사람들을 상상하는 것과 테주강을 바다로 착각했던 나의 모습과 겹치는 바람에 그녀의 여행을 따라 나의 여행을 오버랩시켰다. (특별히 리스본에서 사온 트램 미니 장난감을 꺼내 책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풀리지 않는 생각(이 책만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님)

1. 글 쓰는 사람과 그 사람이 쓴 글의 간극

2.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사람 또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거나 왜곡된 사람이 쓴 글에 대해(그 글이 좁은 세계관을 담은 글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관대해질 수 있을까?

3. 책을 낼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면 말과 행동을 조금 조심해주었으면 한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가진 환상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쉽게 말해서 자신을 좋아하는 팬을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했으면 하는 것이다. 빅뱅의 노래를 좋아했던 내가 플레이리스트에서 빅뱅 노래를 전부 지웠다. 노래는 노래니까, 들어보려고 해도 예전처럼 노래가 마음을 울리지 않는다. 만약 나중에 방탄소년단이 나의 마음을 깨는 행동을 한다면, 무척 괴로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