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구입해둔 책이다. 요리나 음식과 관련된 가벼운 에세이가 아닐까 싶었는데, 웬걸. 치매 노인과 관련된 책이었다. 2017년 일본의 방송국 PD가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 서빙을 하는 음식점을 한시적으로 열었던 이야기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일본이라니, 나중에 읽을까? 싶었는데 그냥 읽기로 했다. 치매 환자를 직접적으로 겪은 경험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언젠가는 나도 직접적인 경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조금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던 중 겪은 일.
며칠 전 야후재팬에서 인지증(치매) 환자가 면허증을 반납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운전을 했다가 사고를 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에 달린 직간접적인 경험담들. 인지증 환자를 탓하기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기에 조금 슬픈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이 떠올랐다. '치매 국가 책임제' 대통령 선거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약이었다. 주변에 알츠하이머(이것도 치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오랜 시간 동안 부양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 가끔씩 그분을 보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분의 인성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아버지 부양 문제로 의절한 형제, 연락이 뜸한 형제가 있고, 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부양하면서도 늘 긍정적으로 사람을 대하시는 따뜻한 분이다. 내가 저분이라면, 나도 저렇게 정성을 다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어느 순간 부모님이 순식간에 늙어버린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나만 겪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고 떠나신 경우도 있지만 만약 긴 병, 특히 부모님이 치매에 걸린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끝도 없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었다. 겪어보지 않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아는 대통령이 '치매 국가 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조금씩 정책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대책이나 정책은 정부에서 한다고 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에 대한 부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가늠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