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이 들어본 책 제목이라 읽어 보았다. 세상에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혈연관계의 가족 말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는 정도의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에 가정 내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동학대나 체벌이 가족 이데올로기와 어떤 관계가 있지? 조금 인내하며 더 읽어보았다. 이주아동과 입양 아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책을 읽으면서 신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고,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다소 산만하면서 전체적으로 글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았다. 책의 주제가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필요한 진보적 의제이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 개인적으로 진보적인 생각을 좋아하지만, 진보적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적인 사람들도 우리 사회의 다수이기 때문에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보조를 맞추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이 생각을 놓지 않았다.

 

 

 

"진보적인 주장은 어느 정도 앞서 있어야 할까?"

 

 

 

또, 저자는 개인의 자율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면서 국가가 해야 할 공공성의 강화도 주장한다. 공과 사가 공존하는 가족 내에 국가가 해야 할 역할, 즉 공적 개입이 많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에 대한 사례로 제시한 것이 부모의 아동 체벌 금지, 가족동반자살에 대한 문제 제기(자녀 살해 후 자살이 더 타당한 용어), 입양 아동과 이주 아동의 인권 문제, 친권에 대한 의식 변화 등이다. 내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 제기도 있어서 신선했다. 다만, 이야기의 카테고리를 조금 더 정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는 극단적인 사례가 많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의식을 변화시키고, 제도를 다듬어가야 하는데 필요한 이야기이다. 소재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소재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의식과 제도로 분리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조금 더 깊이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또 각 주제별로 요구되는 진보적인 변화 말고, 조금 더 총론이 될만한 주제를 따로 깊이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가령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개별성과 인격을 지닌 존재라는 것,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는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내용은 이 책에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이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총론과 각론을 구분하고, 각각의 각론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필요한 의식의 변화와 제도의 개선을 다듬어서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진보적인 생각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져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것은 당장 같은 진영의 사람들에게는 사이다가 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고, 결국 진보적인 사회로 나아가는데도 실패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보적인 의제는 다수의 사람들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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