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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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주차장으로 가는 중이었다. 앞서 걸어가시는 부모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와 사진으로 남겼다.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노인의 느낌. 엄마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같은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요즘 이렇게 작은 일로 지나간 세월을 느낄 때가 많다.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젊고 생기 넘치는 부모님도 함께 볼 수 있다. 지금보다 머리숱도 많고, 건강해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은 내 기분을 조금 쓸쓸하게 만든다. 누구나 노인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노쇠해지는 두 분이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이런 내 기분탓인지, 부모님께서 편찮으시다고 하면 괜히 더 신경이 쓰인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라고 독촉하는 딸이 되었다. 지난 달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를 모시고 대학병원 응급실도 갔었다. 큰 일은 아니었고, 갑자기 담이 온 것이라고 한다. 그 날 밤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부모가 자식을 업고 응급실에 가는 것과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응급실에 가는 것. 전자는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받은 것이고, 후자는 이제 나의 역할이 된 것이다.

흐르는 세월의 초점이 '내'가 아니라 '부모님'께 맞춰져 있던 시기에 「영원한 외출」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것도 인연이 있다고 믿다보니 또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평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영원한 것은 있었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면 영원히 만날 수 없으니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 영원한 것은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한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사촌동생, 모두 영원한 외출중이다. 언젠가 직계가족도 영원한 외출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영원한 외출',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그 상황이 아직은 담담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최대한 늦게, 나중에, 건강한 모습으로 영원히 외출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의 꼬리를 잘라야겠다.

삼촌은 삼촌의 세계에서 풍요로웠다. 사람의 행복은 다면적이었다. - P10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을 지인에게는 거의 알리지 않았다. 위로받거나 불쌍하게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슬픈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그렇다고 웃는 얼굴로 "잘됐어, 잘됐어."하고 어깨를 툭툭 쳐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 P95

내가 그날 받은 것은 스웨터였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쑥스러워하면서 가게에 들어갔을 당시의 아버지를 ‘귀여우셔‘라고 생각하는 미래도 함께 선물 받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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