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 한 해를 통찰하려고 하는 책은 처음 읽어본다. 상술이나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단순히 2019년을 전망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정확하게는 '소비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는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가, 둔감한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직업상, 성격상 둔감한 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세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익숙하게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명명된 현상으로 읽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을 나도 따라갈 수 있을까?
'컨셉소비'
컨셉을 연출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트렌드. 인스타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컨셉이 있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즉, '인싸'가 되려면 컨셉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컨셉이 있는 연출은 왠지 오글거린다. 인싸가 되기는 힘든, 소비 트렌드를 쫓기에는 너무 느린 나.
게다가 인사는커녕 반골 기질까지 나온다. 꽤 유행했던 컨셉 중에 '경성 스타일'이 있다. 경성이라고 하면 일제 강점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문화인데, 그것이 그렇게 낭만적일 수 있을까?
인더스트리얼 컨셉도 마찬가지이다. 이 컨셉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어설픈 인더스트리얼을 표방하며 위생 등에 신경 쓰지 않은 카페에 대한 문제의식.(이런 카페에 왜 가는 건지?)
'세포 마켓'도 마찬가지다. 교환, 환불에 대한 소비자 규정도 따르지 않은 채, 세금도 내지 않는 수많은 세포 마켓들. 정당하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혹 수많은 팔로워를 지닌 사장님들을 떠받드는 팔로워들.(왜 물건을 사면서 판매자를 떠받드는지?)
현실적인 소비 트렌드로서는 공감하면서도 나의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트렌드이다.
물론 기획자의 눈으로 보면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최대한 기획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나와 학생들을 떠올렸다. 나=기획자, 학생=소비자라고 가정한다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아직은 나도 밀레니얼 세대에 포함이 되다 보니 나라면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 지갑이 열리고, 기분이 좋아지는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대한 '카멜레존'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트렌드이다. 공간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꽉 막힌 답답한 공간과 탁 트인 공간에 있을 때 기분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을 설계할 때 우리 사회는 아직 효율성을 더 많이 따진다. 사람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고, 그 성과도 가시적이지 않다. 공간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카멜레존에 대한 트렌드는 반갑다. 읽으면서 도쿄 오다이바의 팀랩 보더리스가 떠올랐는데, 이 사례도 나와서 반가웠다.
내가 기획자라면 어떤 트렌드에 맞춰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왠지 매년 읽게 될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