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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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과 인연을 맺는 일은 자연스럽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프롤로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궁합이 있듯, 사람과 책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 믿는다.
처한 상황과 비슷한 감정선을 지닌 책을 우연히 만나는 일,
너무너무 읽고 싶은 책인데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찔끔찔끔 읽으며 감정의 표면만 스치는 일,
전자는 궁합이 좋았던 경우고, 후자는 궁합이 좋지 않았던 경우다.


동네 책방에서 가지런히 놓여있던 노랑 책을 보았다. 일단 나는 노란색을 좋아하니까, 누가 쓴 책이지? 궁금증이 들어서 들여다보았다.
요조?
언젠가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차분히 앉아서 조곤조곤 말하고, 노래 부르던 가수였던 기억이 났다. 최근 스스로 잘 지내라고, 자기 자신을 잘 돌보라는 그런 에세이겠구나 싶어서 지나쳤다. 그러다 며칠 후 우연히 SNS에서 요조가 쓴 동생과 관련된 글을 보았다. 담백하면서 단단한 글솜씨가 느껴졌고, 진솔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노랑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이 바로 책과 맺어지는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앞부분에서 직관적으로 느낌이 온다. 나랑 통하는 책인지,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인지. 뻔한 이야기를 하는 책인지.
내가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은 "요조랑 친해지고 싶다."였다. 나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아도 내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본질을 곧바로 알아줄 것 같은 친구. 때때로 아니 대부분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경우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나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나의 가벼운 입을 탓하게 된다. 말하지 말걸,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지.
노랑 책 몇 페이지를 넘기고, 요조는 '아'하고 말했을 때, '어'하고 알아들어주는 사람일 것 같았다.


이 책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기 생각이 정답인 것처럼 위로해주려고 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책방 주인이면서 가수라던데,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노래도 가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글을 잘 쓴다. 담백하고, 진솔하다. 글도 마음에 들고, 나랑 비슷한 점도 많다. 문자가 필요한 사람, 필름 사진(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  또 많았는데 적어놓지 않았더니 금세 잊어버렸다.

'문자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아니 어쩌면 문자로 존재하기 직전의 언어)를 감당하지 못해서 나는 늘 버둥거리며 내가 아는 문자를 소환한다.
219쪽

나는 매사에 문자가 필요하다.
220쪽

 

 

나는 나를 활자 중독자, 또는 먹물 근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온전하지 않더라도 글을 써야 한다. 블로그를 유지하는 이유도, 책을 읽고 꼭 독후감을 쓰려고 하는 이유도, 좋은 글을 보거나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빼곡히 적어놓는 일도. 나는 문자가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책을 읽는 이유 중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내공을 쌓으려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 꼭 책을 찾는다. 한때 OO을 책으로 배웠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돌았는데, 딱 내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랑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경우는 유시민 작가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그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유시민 작가와는 조금 다르다. 유시민은 친해지고 싶은 어른이라면, 요조는 가까이 지내고 싶은 친구. 마음 편안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공감 능력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 친구 같았다. 그래서 조금 쑥스럽지만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만약 언젠가 책방 무사에 가게 된다면 책뿐만 아니라 카메라도 구입할 것 같다.

 

 

 

쇼난 비치 FM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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