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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평점 :
묘하게 닮은 책
나에게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정유진>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책 제목이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사람 사이의 만남뿐만 아니라 책과 사람 사이에도 타이밍과 궁합이 있다고 믿는 나. 나의 희망사항을 어쩜 이리 제목으로 잘 뽑았을까 싶었다. 깔끔한 제목처럼 책의 외관도, 내용도 담백했다. (이하 회사)
그리고 우연히 눈에 띈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운명처럼 두 책을 동시에 만났다.(고 생각한다.) (이하 책방) '회사' 책을 덮자마자 '책방' 책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두 책은 나에게 묘하게 닮은 책으로 다가왔다.
묘하게 닮았다고 느낀 점,
1. 무겁지 않은 질감의 속지, 이름은 모르겠다.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보면 '고급스러운 갱지'랄까.
2. '회사' 책을 읽으며 독특하다고 느낀 '왼쪽 정렬', 그런데 '책방' 책도 '왼쪽 정렬', 그래서 나도 따라 해본다. 이 포스팅도 '왼쪽 정렬'
3. 월급을 거부한 용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전과는 다른 경제적 압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4. 누군가는 동경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
5. 그리고 계속 진행 중인 그들의 선택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나는 10년째 진로 고민 중이다. 중고등학생이던 시절보다 더 심각한 진로 고민이다.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잘 알지만, 선뜻 선택을 하지 못했다. 두 저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속된 말로 지르지 못한 것이다. 무언가 준비가 되어야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여전히 행동이 따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 중이다.
오늘 나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에너지를 1도 쓰지 않았다. 오전에는 잠이 깨지 않아 커피를 마셔야 했고, 영혼 없이 나의 할 일을 마쳤다. 점심시간은 입맛에 맞지 않은 밥을 깨작깨작 먹었다. 오후는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퇴근 직전 있었던 회의 역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회의가 길어질까 봐 필요한 말만 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퇴근을 하는데 마치 하루 종일 헬멧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머리가 무거웠다. 지끈거렸다. 집에 와서 눕고 싶었는데 오늘 시작하는 취미 생활이 있어서 비를 뚫고,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 저녁 시간 틈틈이 '책방' 책을 읽었다. 하루 종일 헬멧을 쓰고 있다가 퇴근 후 벗어던졌다면, 자정을 넘긴 지금 이 시간, 곯아떨어져야 하는데. 나는 맑은 정신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러시아 월드컵 경기도 보고, 두 권의 책에 대해 사색도 하고, 이렇게 독후감도 쓰고 있다.
두 사람의 선택이 내가 원하는 삶과 똑같이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고, 선택하고, 또 선택하는 행동은 막연하게 행복하게 사는 게 삶의 목표였던 나를 깨우쳐 준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일까?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가장 좋아하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이 '행복추구권' 제10조라고 잘난 척했던 나였는데,
행복이라는 종착지는 없구나. 인생 자체가 선택의 연속일 뿐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해야만 하는 과제는 처음부터 없었다. 행복을 위해 투자한 게 많다고 느낄수록 기준은 올라가고 만족도는 떨어졌다.
<회사, 99쪽>
나를 꿈에 부풀게 한 이 모든 풍경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의 시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영원한 저곳은 없었다. 지금의 이 흥분도 시간과 함께 퇴색할 예정이었다. 저곳은 다시 '이곳'이 되어 나를 낙담케 하겠지.
<책방, 126쪽>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은 기어코 나를 코너에 몰아세웠다.
<책방, 160쪽>
정확히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꿈꾸던 나.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삶은 어떨까. <회사>에서 말하는 '감당할만한 고통을 선택하는 삶', <책방>에서 말하는 '오답을 걸러내는 삶' 나에게 묘하게 닮았다고 다가오는 지점이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책이 조금 다른 점은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회사>와 <책방>은 1차로 퇴사 후 독립을 했고, <책방>은 2차로 폐업(잠정적 휴식기)을 결정했다는 점이 책의 마무리에서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인생에서 선택과 선택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 감당할만한 고통을 선택하고, 선택한 인생의 오답을 걸러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회사>와 <책방> 이후의 삶이 궁금해진다. 대리만족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 이후의 내 삶이 궁금해지는 선택을 할 용기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