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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 이완용에서 노덕술까지, 나라를 팔아먹고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은 악질 매국노 44인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8월
평점 :
서정주 시인의 시는 예쁜 시가 많다. 그럼에도, 그의 시를 읽을 때면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굳이 찾아서 그의 시를 읽지는 않았다. 그 불편한 감정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문화, 예술 영역의 친일파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 내 고민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많은 친일파를 소개하고 있다. 이완용, 송병준처럼 익숙한 친일파에서 직업을 친일이라 할 수 있는 조병상같은 사람까지. 친일파들의 활약상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친일파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예술 분야의 친일파에 대한 나만의 평가 기준을 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작품의 가치와 친일 행적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서 말하고 싶다.
"예술 작품의 참된 가치는 기교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
p245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식석상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히틀러가 바그너를 총애했고, 유대인 수용소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반복적으로 틀어 당시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바그너의 곡이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바그너가 1883년 사망했기 때문에 유대인 학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나치의 피해자들은 바그너의 곡을 통해 수용소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의롭지 못한 역사에 대해서는 엄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책임지지 않는 정치,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 출세와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사회적 분위기 등,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이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은 역사가 누적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역사 청산은 가까운 역사부터 해야 한다는 한홍구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