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성기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사진 세 장 이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책 내용과 상관없는 주변 이야기^^

현지에서 구입하는 현지 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장소가 된 것 같은데,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있는 렐루서점. 해리 포터를 쓴 작가가 이 책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장소이다. 요새는 유명해져서 입장료를 받고, 책을 구입하면 입장료를 돌려준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게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다녀왔기 때문에 나름의 뿌듯함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이다. 다만 그때 책을 구입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일까, 나츠메 소세키(한국 책에서는 나쓰메 소세키라고 하는데, 내 귀에는 일본인들 발음이 쓰보다는 츠에 가깝게 들려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나츠메로 쓰려고 한다.)의 도련님과도 관련이 깊은 시코쿠 여행을 하면서 나츠메 소세키의 책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을 살까, 생각해둔 책은 '마음'이었다.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우연히 고치에서 발견한 서점. 자연스럽게 들어갔지만, 서점의 풍경은 한국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문구류의 비중보다 높은 책의 비중, 그리고 작은 사이즈의 책이 알차게 들어서 있어서인지, 작은 규모임에도 실속 있고, 다부진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나츠메 소세키의 책을 찾고 싶은데 어리둥절, 그래서 직원분께 도움을 청했다. 나쓰메 소세키 책은 어디 있는지, 내가 나'쓰'메로 말하니까 못 알아듣고, 나'츠'메로 따라 말하더니,

「こころとか」

나의 해석 : 마음을 쓴 작가를 말하는 건가요?

'책 제목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염두에 둔 책을 말하다니, +_+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以心傳心

책 제목과 어울리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こころとか」

나는 그렇다고 했고, 작은 책들이 나란히,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책장을 재빠르게 훑어보더니, 곧바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책이 많지 않았고, 부끄러워서 질문하기 싫었는데, 그래도 '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에, '마음'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컴퓨터로 자료 검색을 하고, 다른 책장에서 책을 꺼내 가져다주었다. 아마도 출판사별로 책이 진열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친절하고 성의 있는 직원의 모습에 여기서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책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도 같이 구입했다.

원서를 구입한 것은 읽기 위함이 아닌, 일종의 예쁜 소유물쯤 된다.^^ 내 의도에 화답하듯, 서점에서 서비스로 책 커버까지 씌워주었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건데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 게다가 책값도 저렴해서 조금 놀랐다. 화려함과 무게를 덜어내고 이렇게 책을 팔면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팔릴까?


정겨운 추억이 담긴 일본어 책은 책꽂이에 소중하게 꽂아두고, 번역본을 읽어보기로.
 스타트~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한 감정에 휩싸였다. <선생님과 나> 부분을 늦은 밤에 몰두해서 읽었다. 그 영향인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밤새 누군가와 긴 대화를 하다 잠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새벽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신기해서 핸드폰 메모장에 그 기분을 적어두기까지 했다.

책 제목이 '마음'이니까, 제목과 어떤 연관이 있는 소설일까를 계속 염두에 두면서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마음은 꽤 추상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정의 내리기 힘들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쓸쓸함'과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의 결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중간에 결말을 눈치채기는 했다. 그래도 충격이었다. 내가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딱 한 단어

<각오>

 

 

 

그런 점에서 보면 K는 상당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그가 말했던 '각오'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 그러자 이제껏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그 두 글자가 묘하게 내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했네.
<281쪽>



마지막 장까지 책을 덮은 후 인상적인 저 부분을 다시 읽었다. 충격적이었는데, 무언가 더 큰 충격을 느껴보고 싶었던 걸까, 원서에서 저 부분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충격을 달래기 위해 예쁘게 커버가 씌워진  원서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