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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 한국에서 10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18년 3월
평점 :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이런 용어가 맞게 말하는 것인지 쓰면서도 조심스럽다.)의 부모가 쓴 책이라는 말에 바로 대출 신청을 했다. 최근 한두 달 전 장애인과 그 학생의 부모와 관련된 일로 깊게 고민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고, 가족 중에 장애인도 없다. 그렇지만, 장애인을 접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온다고 해도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섞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공부를 못하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세상에 한 인간과 똑같은 다른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쌍둥이조차도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섞여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가 우연히 접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렇다. 장애인인 청소년(중증 아님)의 행동과 그 어머니의 행동으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그 어머니의 행동이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쓸 수는 없지만, 핵심은 그 어머니의 피해 의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의 피해 의식은 피해 의식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과 타인에 대해 (예의를 갖춘 듯하지만) 공격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상처를 받았고, 솔직히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되었다.
장애인 청소년의 문제 행동(저자는 부적응행동이라고 하지만, 글쎄... )은 불리한 상황일 때, 자신을 피해자로 두는 화법(타인에게는 거짓말쟁이로 비침)이 문제였고,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면서 상황에 맞지 않는 언행과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이었다. 고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가정 교육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 청소년의 문제 행동은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어머니의 태도였다. 어릴 때부터 어디 가서 기죽으면 안 되고, 무시당하면 안 된다는 점을 많이 학습시켜온 것 같았다. 어머니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도움을 주려는 상대에게 적대적이었다. 자녀의 문제 행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학부모의 이런 태도가 과연 올바르게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그 청소년의 부모가 아니니까, 거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모까지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
대신 나는 멀리서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어떻게 해야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혹시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책 내용 중에서 나랑 생각이 다른 점도 있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동안 힘들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목조목 따지면서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을 멀리한다는 것은 꼭 편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일반인도,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도,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법과 제도도 고쳐야 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디까지 이해해주어야 하는 걸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