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왜 -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쉬운 선택들
김은덕, 백종민 지음 / 어떤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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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앞 부분을 조금 읽다가 예전에 채널을 돌리다 봤던 그 부부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예상대로 그 부부가 맞았다. 고정된 수입 없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생활을 하다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여행을 하는 부부였다. 꽤 인상적인 사람들이어서 기억에 남았는데 이렇게 우연히 책으로도 만나게 되었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부부가 세차 알바를 하고, 하루에 만 원만 소비하면서 살고 있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해서 산다는 것과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것은 꽤 불안할 텐데, 그 부부의 표정은 매우 해맑았다. 그들 스스로도 불안함이 있었겠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삶에 자족하며 살기로 결심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모습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나라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저렇게 산다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들이 하루에 만 원만 소비하는 삶을 벤치마킹하였다.(물론 오래 못 갔다.)


  그 다큐멘터리는 2017년 3월 KBS <사람과 사람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잘 다가오지 않았을 내용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영상에서 보았던 부부의 밝은 표정과 생활 모습, 투닥거리던 말투, 생활 공간이 글과 연관이 되었기 때문에 글이 진솔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3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초반에는 남들과 다르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에는 평등한 부부 관계를 지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라고 생각했다. 종반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판에는 사랑으로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책 제목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결혼 생활을 해나가면서(대한민국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 부딪치는 여러 가지 갈등을 서로 존중하며 해소하는 부부의 모습은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는 삶이 같은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평생 남으로 살아온 사람 둘이 한 집에서 같이 살기로 결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부부의 앞날이 당연히 궁금해진다. 그리고 응원한다.^^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 정리해볼 수 있었다. 나는 왜 그동안 페미니즘이 불편했는가. 내가 알고 있던 페미니즘은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에 저항하고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불편했던 지점이 남녀평등을 지향하면서 남녀가 적대적이고, 대립하는 관계로 흘러가는 페미니즘이었던 것이다. 일부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남성을 적대시하는 시선이 불편했던 것이다. 결국 페미니즘도 큰 틀에서 남녀보다 인간관계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불편한 것이 아니었는데.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룬다. 그 가정 안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 존중해주는 인간관계가 존재한다. 결혼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삶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는 연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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