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제주도에는 권력 있는 거대 종교들과는 무관하게 생명의 본성을 섬기는 민간신앙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신구간이라는 독특한 이사 풍습도 그렇다. 제주에서는 지상의 모든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대한 5일 뒤부터 입춘 전 3일까지의 일주일 동안에 이사를 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이때가 되면 섬 전체가 이삿짐을 나르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이때 이사나 집 수리를 해야 액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스안전공사나 한국통신 같은 곳은 아예 휴일도 없이 근무한다고 한다.-171쪽

'갚아도 그만 말아도 그만' - 가파도와 마라도
마라도로 가는 배는 모슬포항과 송악산 두 곳에서 출발한다. 송악산에서 출발하는 배는 관광객들을 위한 유람선이고 모슬포항은 주로 섬 주민들이 이용하는 선착장이다. 송악산의 유람선은 마라도에 내려 한 시간 반 동안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돌아가야 한다. 뱃삯은 모슬포항에서 떠나는 것의 두 배다.-189쪽

오름은 한라산이 폭발할 때 생긴 기생화산을 부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에서 산이라 부르는 것은 한라산과 송악산, 산방산, 영주산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오름이다. 높은 곳에서 제주를 내려다보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올라 있어 그야말로 제주가 오름의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오름이라는 말은 산보다 솔직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낸 말 같다. '나는 땅에서 솟아오른다.' '올랐다'가 아니고 '오른다', 지금도 오름 밑에서는 들끓는 대지의 열정이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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