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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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반팔 아래의 삼두박근을 손바닥으로 감싼 채- 나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다수의 결정이다. 참고, 따라야 한다. 에취, 뒤에서 누군가 심한 재채기를 했지만, 이내 버스 속은 잠잠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 이 작품의 핵심 코드인 '다수'의 의미...-29쪽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따 같은 거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일정하게, 늘 적당한 순위를 유지하고, 또 인간인만큼 고민(개인적인)에 빠지거나 그것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고, 졸업을 하고,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거나 전철을 갈아타고, 노력하고, 근면하며, 무엇보다 여론을 따를 줄 알고, 듣고, 조성하고, 편한 사람으로 통하고, 적당한 직장이라도 얻게 되면 감사하고, 감사할 줄 알고, 이를테면 신앙을 가지거나, 우연히 홈쇼핑에서 정말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고, 구매를 하고, 소비를 하고, 적당한 싯점에 면허를 따고, 어느날 들이닥친 귀중한 직장동료들에게 오분, 오분 만에 갈비찜을 대접할 줄 알고, 자네도 참, 해서 한번쯤은 모두를 만족시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까?

; 이러한 중학생 주인공의 생각과 이 책을 읽는 개개인의 생각은 얼마나 다른가?-34쪽

결국 벌판엔 그래서 모아이와 나만이 남게 되었다. 라켓과 물품을 정리하고, 우리는 한동안 소파에 몸을 묻었다. 다들...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물었다. 토론... 말이야? 토론... 같은 거. 토론으로 이기지 못할걸. 누구를? 인류가, 인류를.-77쪽

적응이 안돼요

다들 결국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얘길 들어보면 누구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왜 아무도 틀리지 않았는데 틀린 곳으로 가는 걸까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무엇보다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117쪽

(경기가 끝나고)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벌판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모아이에게 나는 손을 흔들었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발길을 돌렸다. 핑퐁, 경쾌한 소리가 마음을 울릴 만큼 숲의 공기는 상쾌했다. 천천히

나는 학교를 향해 걸었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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