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작품 소개에서 '오직 자살만을 꿈꾸는 한 남자의 24시간을 그린 소설'이라고 한다. 또한 작가의 말에서 '[완벽한 하루]는 당시 내가 겪었던 그 느낌과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물 다섯의 청년에게 2002년 프랑스에서의 삶은 어떻게 보여지는가?
'산업 사회의 기계 문명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런 딱딱한 사회는 사회 구성원에게 영원히 변치 않을 운명을 선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로 하여금 불변의 거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만큼 늘 새롭게 변하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 그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의 신체 기관도 교체할 것이다. 탱탱한 피부나 튼튼한 뼈를 이식할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신선한 것, 새로운 것이 모든 물질의 영원한 기준이 되어 버리고 과거도 없고, 미래의 죽음도 없는 항상 신선하고 새로운 세상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가 되는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62~63쪽)
그리하여 작가의 상상력은 이 소설이 갖는 우화적 구조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남자와 여자들이 애완동물을 산책시킨다. 사무실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출근하는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애완동물은 다름 아닌 억압, 궤양, 경쟁, 두려움, 식은땀, 야망, 복통 따위의 짐승들이다. 애완동물의 주인들은 녀석들을 줄로 잘 묶어서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살과 피가 흐르는 창자로 만든 줄이 녀석들과 주인을 이어주고 있다.'(130쪽)
자본주의의 냉엄한 현실에 대응하려는 인간 개체의 무기력, 그리고 그러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사회에 대한 풍자소설이다. 작가의 자의식이 만들어낸 허구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려는 것의 수용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어떠한 방향도 없이 맺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심리적 '현실고발'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01년의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작가정신, 2005), 2002년의 [완벽한 하루](문이당, 2005), 2003년의 [빨간 머리 피오](문이당, 2006), 2005년의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에 익숙하다](국내 미간) 등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이지만, 국내 관심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이 책 역시 [빨간 머리 피오] 덕에 얻은 책이다. 초기작을 먼저 읽어볼 요량으로 단숨에 읽었지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