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 -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채우고 돌아오다, 개정판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구판절판


역사적으로 늘 소를 신성시 해온 스페인 사람들이 이러한 소와의 한판 승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투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들이 이런 의식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자연과의 정면승부에서 자연을 굴복시켜 인간의 생명력과 힘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일까? 소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을 잃게 되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극도로 위험하고 두려운 그 상황에 일부러 자신을 내던져 승리함으로써 강렬한 생명의 힘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투우사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그토록 화려한 복장과 정갈한 몸짓으로 소 앞에 서는 것은 아닐까?-76쪽

'평생 스페인만 봐도 스페인의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그리고 평생 스페인만 본다 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유럽 격언)-79쪽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40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남자를 추억하며 얼굴을 붉히는 로리타 여사의 순수함에 감동으로 가슴이 벅찼다. 혹시 그녀가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예전엔 조금 했는데 너무 오래전 혼자 되는 바람에 이젠 기억이 안 나... 그래도 한마디는 기억하지.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거든."
"그게 뭔데요?"
"자기야, 이리와~"
자기야 이리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난 결국 그녀 앞에서 울고 말았다. 그동안 사랑이란 어쩌구 저쩌구 함부로 말해 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정말로 여전히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인지 90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미소와 꿈꾸는 눈을 가진 로리타 여사는 갑자기 허공을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 다음 가사는 잘 생각이 안 난단 말야..."-102쪽

이구아나 조각에 기대어 행복해하는 그녀(맹인으로 촉감으로 조각을 감상하는..)의 모습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공원을 나서는데 예술로 사람을 치료한다는 상빠우 병원 건물의 문구가 떠올랐다. '그렇다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느끼는 것이리라.'-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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