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이시영

심심했던지 재두루미가 후다닥 튀어올라

푸른 하늘을 느릿느릿 헤엄쳐간다

그 옆의 콩꼬투리가 배시시 웃다가 그만

잘 여문 콩알을 우수수 쏟아놓는다

그 밑의 미꾸라지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봇도랑에 하얀 배를 마구 내놓고 통통거린다

먼길을 가던 농부가 자기 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 <조용한 푸른 하늘>, 솔. 19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