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록 말도록 소년한길 동화 21
안미란 지음, 김종도 그림 / 한길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와 화가의 조화가 잘 어울려진 작품이다. 본문 55쪽의 작은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다. 아니, 아이들의 시각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모나 선생님들을 보면서 혼자 '푸하하' 하고 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못 갈 만큼 아팠으면.' 생각하는 주인공(나)은 자기가 그린 그림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괴물에 의해 환상 속에 빠져든다. 그 공간은 또한 학교이며, 이름이 '하도록말도록'인 괴물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하도록말도록 괴물은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어요. 깨끗이 하도록! 더럽히지 말도록! 입 예쁘게 하도록! 침 흘리지 말도록! 공부 하도록! 뛰지 말도록!'(19쪽)

여기서 주인공 '나'의 생각은 참으로 기발하다.

'괴물은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나 봐요. 얼마나 선생 노릇을 하고 싶으면 저럴까요. 난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도록말도록이 하자는 대로 해 주기로 마음먹었어요.'(20쪽)

괴물은 햄버거 가게로 향한다. 그 가게에 붙은 푯말 '말 잘 듣는 어린이를 가져오면 상품 증정', '100점 시험지가 있습니까? 엄청 큰 콜라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하도록말도록 괴물들은 어른들의 기준, 100점과 말 잘 듣는 태도를 기준으로 교환가치를 발생시킨다. 햄버거와 콜라로 교환할 수 있는...

'난 말 잘 듣는 애 아니야!'(43쪽)

그러나 주인공의 이 말은 반항이 아니다. 단지 규격화된 어른들의 기준이 만들어 낸 '괴물'에 대한 공세일 뿐이다.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엄마의 배웅 속에 씩씩하게 학교로 향한다.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왜? 이제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으니까. 한 뼘쯤 자란 모습으로..

(초등 1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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