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금요일, 모처럼 지인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이 궁금하다는(물론 출판사의 홍보,광고 등에서 자극받은 것이겠지만) 말이 오갔다. 마침 주말이라 '그럼 내가 주말에 먼저 읽어보고 소감을 말하겠다'고 하고, 궁금증과 의무감으로 습도 높은 주말을 이 책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는 몇 가지 평가와 함께 카페에 남긴 글은, '나 좀 구해줘'였다. 프랑스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나는 이해못할 것 같으니 누가 읽어보고 내 혼란스러움을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소개에 따르면 34살의 작가 기욤 뮈소는 두 번째 소설 <그 후에(Et  Apres)>로도 1백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세계 20여 개 국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불러 모았다고 한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다는 팩션과 판타지 장르에 해당하는 책이 아니면서도...

과연 무얼까?

소설에서의 '우연'은 언제, 누구에게나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있는'  현실가능성을 전제로 두고 있다. 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팩션적' 결합도 그 현실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갖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우연적 장치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폭설 속에서 자칫 사고를 낼 뻔한, 반대로는 당할 뻔한 두 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은 그날부터 수일간의 '짧고도 강렬한'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기약을 미처 맺지 못하고 헤어지고, 헤어진 직후의 후회로 인해 이륙 직전의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그 비행기는 폭파되고... 그 행위로 인해 테러범으로 오인되나 오해는 곧 풀리고...

그리고는 '전설의 고향'에서 자주 보았던 캐릭터, '저승사자'의 등장.

'비행기사고로 죽었어야 했던 사람이 죽지 못했으므로 다시 데려가려고 왔다'는 인물(?)의 등장. 그리고는 마약에 빠진 사자의 딸을 구해내고, 결국의 사자의 옛애인이 천상의 명령을 어기고, 주인공을 대신하여 산화(?)한다는 기본구성.

이 책에서 '프랑스적'인 요소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듯 하다. 아주 짧은 대목(여주인공의 어머니가 공항에 마중나왔다가 허탕친 장면)을 제외하면 시종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대화에서도 '이국적'이라는 호감을 제외하면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를 확인할 만한 대목도 없다. 굳이 따져본다면 소설 구성에서 마약밀매단 두목이 저승사자의 딸을 뉴욕 워싱턴광장에 수백 명을 몰살시킬 수 있는 폭탄장치를 두르게 하고 내보낸 장면을 통해 9.11을 환기시키는 정도라고 할까. 물론 전개만 있을뿐 그러한 의미가 내비쳐지지는 않아서 '미국식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보기에도 힘들다.

현대 프랑스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담겼다는 평가를 존중하더라도, 여기서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내 자신의 한계가 아닐까. 해서 지인의 평가를 기다리며 소포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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