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함께 길을 가는 것(부제:박영근에게) - 김해화
형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장난인 줄 알았다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해쌓드만
미안하다 그래서 장난으로 대답했다
형 나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야
함께 길을 가는 것
나란히 손을 잡고 갈 수도 있지만
남남인 듯 나뉘어 갈 수도 있고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 가고 뒤따라갈 수도 있고
그러나 마음은 함께 길을 가는 것
내 사랑이 그러함으로
길 위의 사랑이라 -
너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울었다 형 나 많이 외로워
영근아 지금 너 가는 길 얼마나 외로우냐
친구들 등에 업혀
병원에 가 누웠다는 소식 뒤로 자주 비 내렸다
진창이 된 공사장 엿새 만에 일 나가 철근 세우는데
너 길 떠났다고 김청미가 전화했더라
자꾸 눈물이 나더라 일하다가
고개 푹 수그리고 울었다
내가 길을 바꾸지 못했으니
니가 건너지 못한 길은 나도 못 건너겠지
그래도 사랑은 함께 길을 가는 것
사랑한다 영근아
오늘은 가버린 너를 보러 서울 가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자꾸 늦어진다
- <창작과비평> 13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