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부제: 아내에게) -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에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 <시평> 2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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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08-2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은 이렇듯 반성이라도 하면서 사는데...^^